경제·금융 정책

김석동 "달라진 금융위 모습 보여주고 시장이 잘 따르게 하겠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인터뷰]<br>"직원들 氣 살려 현안 속도전으로 정면돌파<br>금융산업 개선점 등 파악 청사진도 새롭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언제나 그렇듯 거침이 없었다. 정책 현장에서 떠나 오랜 공백 기간을 거쳤음에도 상황에 대한 그의 판단은 정확했고 친정인 금융위원회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는지도 벌써 파악을 끝낸 느낌이었다. 그를 집으로 찾아간 것은 지난 3일 오후9시30분쯤. 같이 들어온 부인을 먼저 집에 들여보낸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하려 했다. 업무파악이 안 돼서가 아니었다.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인터뷰를 할 경우 다른 곳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자들이 잔뜩 곤두서 있는데…"라면서 뜸을 들인 김 위원장은 하지만 이내 말문을 연 후에는 금융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직접 면담한 후에 못내 아쉬워 전화로 장시간 통화를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취임사에서 밝힌 '시장 기강론'과 당면한 현안인 저축은행 문제에 이르기까지 제법 소상하게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말미에 '잘 봐줘, 도와줘'라는 말을 수차례 연발하는 모습에서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이 역력하게 묻어났다. 서울경제신문과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가진 김 위원장의 발언을 주제별로 정리해봤다. 도망가지 마라. 결판을 내라. 승부를 내라. 김 위원장에 대한 첫 질문은 역시 시장을 긴장하게 만든 그의 취임사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위의 존재감만으로도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가 생기면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취임사가 너무 세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의 답변은 조금은 뜻밖이었다. "솔직히 내가 시장의 기강을 세운다고 그것을 액면 그대로 들을 시장의 선수들이 있겠어요. 부하 직원들 용이예요. 다 아래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영(令)'을 세우려는 것이죠. " 그는 그러면서 취임을 전후해 느낀 금융위의 분위기를 전했다. "와보니까 직원들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아요. 이래서는 당국이 동력(動力)을 발휘하기가 힘들고 일하기도 어려워요. 해야 할 숙제는 정말 많은데 (시장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야 되겠어요? 후배들 기부터 살려야 할 것 같아요." 이쯤에서 2일 취임식 당시 원고에 없었음에도 현장에서 얘기한 부분에 대해 '취임식에서 즉석으로 정면 돌파, 결판을 내라, 도망가지 마라, 승부를 내야 승자가 나온다고 주문을 했는데요'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다시 얘기하지만 우리 직원들 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그랬어요.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처럼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과감하게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 김 위원장은 하지만 마냥 직원들의 기만 북돋워주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기 책임 아래 과감한 결단도 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해 후환이 두려워 현안을 어정쩡하게 갈무리하는 경우에는 아래 직원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목적은 오로지 '일'…속도전 펼칠 것 김 위원장은 인터뷰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살아온 길에 대한 얘기를 했다. "저를 잘 알잖아요. 저는 평생 어떤 명예를 바라보고 살아오지 않았어요. 이 자리에 온 것도 마찬가지예요. 내일 모레면 제 나이도 60이 다 돼갑니다. 이제 와서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오로지 저의 목적은 '일'입니다. " 그러면서 그는 당면 현안에 대해 과감하게 추진력을 발휘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돌쇠 김석동'의 트레이드 마크가 여실히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숙제가 많아요. 일할 때 '속도전'을 펼칠 거예요. 부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하도록 하고 1급들도 각기 책임에 맡도록 임무를 줄 생각이예요. " '속도전'을 얘기하지만 금융위는 그동안 '변양호 신드롬'이나 '관치의 역풍' 때문에 몸을 사렸던 것이 사실. 그래서 그에게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나 현대건설 매각 등의 문제에서 금융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런가요. 그건 두고 봐야죠. 두고 보면 알 거예요." 그동안의 방식과는 많이 달라질 것임을 에두르면서도 확실하게 얘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 전날인 2일 진동수 전 위원장과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진 전 위원장이 자신에게 '앞으로 고생하겠다'는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했지만 두 사람 간의 오랜 인연을 감안할 때 깊숙한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 부실 조기 차단…시장 그림 다시 그릴 것 '일'과 '강한 추진력'을 거듭 강조한 김 위원장에게 내친 김에 저축은행 부실처리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초기 대응을 강조했다. "저축은행 문제는 오자마자 담당 실무자에게 보고하라고 지시를 해놓았어요. (취임식에서 정면 돌파 등을 얘기했듯) 저축은행 PF 부실 문제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는 과감하게 초기 대응을 해야 합니다. 어찌됐든 일할 때 속도전을 펼칠 거예요."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속도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특유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증권시장 개장식 치사에서 얘기한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제도개선 언급을 중심으로 그가 그리는 금융산업에 대한 그림을 넌지시 물어보았다. "금융정책은 금융시장의 발전과 안정이라는 두 축이 있어요. 이 가운데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자본시장통합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이 법은 사실 제가 차관 시절에 만들었는데 올해로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개선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를 했어요." 김 위원장은 같은 줄기에서 금융감독원과의 관계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맞춰 금감원이 '행동대장'이 돼 시장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리더가 분리된 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갈등을 빚었던 데 대해 확실하게 교통 정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그를 잘 아는 한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확실한 답을 원한다. 어정쩡한 결론을 내밀었다가는 깨진다. 자신이 맡은 것은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끝내야 한다. 그것도 필요하면 며칠 밤을 세워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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