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GT 활용, 환경·산업발전 두토끼 잡아야"<br>선진국들 녹색기술 통해 경기침체 극복 의지 강해<br>지지부진 기후변화협상 美협상력따라 상황 달라질듯<br>에너지는 안보차원 접근해야… 절감기술 개발등 필요



에너지관리공단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 등 관련 업무를 실무에서 총괄하는 곳이다. 이태용(사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변화협상이 비록 (지지부진한) 도하라운드협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의 협상력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 경제위기가 기후변화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등이 경제위기를 녹색기술(GT) 등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만큼 이들 국가도 온실가스 감축과 GT에 기반한 산업의 발전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는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값싼 석유의 시대가 끝난 만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4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최근 끝났습니다. 구체적인 성과는 좀 있었는지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한데다 미국도 새 행정부 구성이 내년 2월에 이뤄지는 터라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본격적인 협상은 진행되지 못하고 서로 상반된 입장만 확인하고 끝났습니다. 내년 12월 코펜하겐 총회에서 포스트 교토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년 6월1일까지 협상 텍스트(초안문)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조속한 협상 진전이 필요합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가 여전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선진국은 한국을 포함한 선발 개발도상국은 물론 비부속서 국가의 동참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감축목표를 먼저 제시하고 기술과 재정을 지원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죠. -그렇다면 협상 자체가 앞으로 진전이 없다고 봐야 하는지요. ▦본격적인 협상은 진행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진전은 있었습니다. 내년 3월까지 협상문 구성 요소에 합의했고 6월까지 협상문 초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내년 협상 일정을 합의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2월 말에서 3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기후변화 관련 회담의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협상이 ‘제2의 도하라운드협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협상 타결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도하라운드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진국 등은 현재의 경기침체 극복방안을 GT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기후변화협상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위기극복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죠. 또 미국 오바마 정부는 석유의존도를 벗어나는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온실가스 감축과 연결됩니다. 기후변화협상은 환경이나 산업 측면에서도 기회이자 동력입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기후변화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게 기업들의 추가 부담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이 부분에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를 그린IT, ‘뉴 아폴로 프로젝트’로 풀겠다고 하고 있는데 미국은 잠재력이 있는데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에 따라 협상 전반에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또 유럽은 분명하게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분명하게 간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은 오는 2013년 이후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경제침체가 그 때는 끝났을 수도 있겠죠. -기후변화협상을 우리 측에 유리하도록 하려면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 것으로 보는지요. ▦한국에 대한 압박은 심합니다. 선진국들은 한국이 동참해 개도국을 끌어주기를 원합니다. 개도국은 반면 한국이 의무감축을 하지 않고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해 선발 개도국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전략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내부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은 물론 GT에 기반한 산업의 육성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발표된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보면 에너지 절감 움직임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2012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지난해 대비 11.3% 끌어올리는 내용이 중심입니다. 에너지 효율이 매년 2.4%씩 개선되는 셈인데 이는 지난 15년간(1990~2005년) 에너지 효율이 가장 많이 개선된 독일(연1.8%)보다 높은 수준이죠. 산업 부문에서는 2012년 전망 수요의 11.3%, 수송 부문 11.8%, 건물 13.8%, 공공 15.1% 등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조금은 힘겨운 목표치가 아닌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에너지 사용의 절감,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일본이 몇 십년 전부터 해외자원 개발을 확대하고 에너지 절감 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에너지 안보를 확보다는 차원입니다. 에너지 감축에 대한 우려감이 있는 산업 부문은 강제 할당보다 자율적인 정부협약제도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경쟁력을 조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입니. 자발적인 정부협약 대상은 2010년부터 2만toe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그 이후에는 1,000toe 이상의 중소기업으로도 넓힐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행실적 검증 후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또 건물 에너지 효율 관리시스템, 전력 IT, 에너지 저장 등 7대 부문의 핵심ㆍ원천기술 개발에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기술적으로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출범할 경우 기후변화협상이나 그린에너지 전략 등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은 현재의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과거의 뉴딜에 버금가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당선인도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Clean Energy Project)’를 통해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대형 정책(New Apollo Project)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했잖아요. 미국의 뉴 아폴로 프로젝트에 따라 환경과 에너지 분야, GT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녹색경제로 전환되는 만큼 국내 기업 역시 수요 선점을 위해 관련 제품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국제표준 획득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특히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자금이 막대한 점을 감안해 개발단계부터 국제공조를 확대해 경제적 부담은 나누고 표준확립을 위한 국제적 협의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GT나 에너지기술(ETㆍEnergy Technology)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확실할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 좀 더 먼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국제유가가 낮지만 값싼 석유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예요. 더구나 오바마 정부의 등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입니다. 녹색시장이 아직 태동기이기 때문에 우려는 있죠. 아직 수요층도 넓지 않고요. 하지만 GT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한국에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ㆍ조선ㆍ철강ㆍ디스플레이 등에서 강점이 있는데 이 역시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술력도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현재 GT 관련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반도체ㆍITㆍ디스플레이 등 기반기술도 확보하고 있죠. 정부가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끈다면 굉장히 승산이 있는 게임입니다. ■ 에너지공단의 에너지절감·온실가스 감축 노력
최전방 초소에 태양광발전소 설치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를 절감하거나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에너지관리공단의 활동은 다채롭다. 그 중에서도 최전방 초소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전기이용의 부담을 줄인 것이나 강원도에 녹색산업 민간전시관을 마련한 것들은 눈에 띈다. 최근에는 부산교통공사ㆍ대구도시철도공사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를 시범 보급하는 사업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LED 조명은 전기에너지의 90%까지(백열등 5%, 형광등 40% 수준) 빛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ㆍ친환경 미래형 조명이다. 기존 국내 조명의 30%를 LED로 대체할 경우 금액으로는 연간 약 1조6,000억원, 원자력발전소 2기의 전력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관공은 이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LED 조명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LED 조명 초기시장 형성 지원 및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그린빌리지(Green Village)'를 광주ㆍ대구ㆍ울산ㆍ강원 등 12개 시도에 조성하고 있다. 또 연면적 3,000㎡ 이상의 신규 공공건물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사용(건축공사비의 5% 이상)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이용 의무화제도도 마련했다. 내년 3월부터는 증ㆍ개축 건물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량 중 5%(1,333만5,000toe)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예정이다. 소비량 5%는 화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2020년까지는 그린 홈 100만가구 사업도 추진한다. 태양광뿐 아니라 태양열ㆍ지열ㆍ연료전지ㆍ풍력 등으로 가정의 에너지를 충당하겠다는 것. 기후변화대응과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관인 에관공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통계 구축 및 감축 잠재량 분석을 마친 상태이고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등록, 관리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1톤당 4,982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는 9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또 1,05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에관공은 이밖에도 화학연구원ㆍ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천연가스로 합성석유를 만드는 기술에도 성공하는 등 에너지와 관련한 활동 폭도 넓혀가고 있다. 약력 ▦1955년 경기 가평 ▦1973년 서울고 ▦1978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1978년 행정고시 22회 ▦1983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수료 ▦1989년 대통령비서실 정책보좌관 행정관 ▦2002년 제네바대표부 WTO담당 참사관 ▦2005년 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국장 ▦2006년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 ▦2006년 특허청 차장 ▦2008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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