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

'소통이 곧 기업 경쟁력' 원칙 외유내강형<br>격없는 대화·온화한 이미지…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 강조


"외국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가야 국민들도 그만한 대우를 받는 다는 걸 자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차에 입사한 순간부터 단순히 회사만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 그는 CEO가 아닌 CTO(Chief Technology Officer)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서울대 졸업 후 미국 UC데이비스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첫 직장으로 미국의 포드사를 선택했다. 1987년부터 18년 동안 포드자동차연구소에서 전자제어분야 연구를 담당했다. 그러던 그가 2004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대차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이었지만 한국 행을 결심한 그는 회사와 함께 국가에도 뭔가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CTO로서 그의 철학은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다. 이와 함께 양부회장이 강조하는 원칙은'소통'이다. 소통의 부재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특정 조직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일류기업이 될 수 없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직 전체가 협력해 노력할 때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통'을 위해 양 부회장은 '대화'를 즐긴다. 신입사원 교육시간에도 대화시간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키는 등 연구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특히 실무팀장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연구소 내 팀장 전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통을 위해 양 부회장은 '격'을 만들지 않는다. 간혹 연구소 직원들의 회식자리를 우연히 보게 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동석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자리를 옮길 때는 포옹으로 마무리 인사를 하는 등 직원들을 편안하게 대한다. 온화한 이미지로 항상 웃는 얼굴의 양 부회장이 '외유내강'형 경영자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주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지만 최근 젊은 직원들의 자세에는 아쉬움을 느낀다. 젊은 세대가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 따라서 그는 직원들에게 "두가지 일이 주어진다면 좀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권한다. '도전 정신을 갖고 근본 원인을 알아보려는 노력에서 얻는 경험이 자기가 맡은 업무에서 최고가 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업무에 대한 철학이다. 또 양 부회장은 "그 과정에서 얻은 실패 또한 값진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실패 없이는 어려움도 모르고 결국 성공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당당함으로 그는 세계가 놀란 하이브리드 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핵심요소 기술력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또 미래의 자동차는 기계산업에서 첨단 IT(정보기술)가 접목된 전자시스템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에따라 양 부회장은 안전과 편의성이 대폭 강화된 지능형 자동차(Smart car) 개발을 준비하기 위한 전자신기술 연구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He is ▦54년 광주 ▦광주고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사, 텍사스대 기계설계학 석사, UC데이비스대 기계설계학 박사 ▦1987년 포드자동차 R&D센터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전자개발센터장 ▦2005년 현대차 하이브리드 개발담당(부사장) ▦2009년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사장)▦2011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성공 확률 20%"를 극복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楊부회장의 불도저 경영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1,305대가 팔렸다. 도요타 프리우스에 이어 판매 순위 2위. 혼다가 자랑하는 인사이트를 제친 것이다. 내수시장에서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쏘나타 전체 판매량 10대 중 2대 꼴로 판매되며 순항하고 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성공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을 주도한 양웅철 부회장은 이 차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성공을 자신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반복해 가며 결국 차별화된 기술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였기 때문이다. 개발과정 3년, 처음부터 시련의 연속이었다. 특히 현대차가 선택한 '병렬형 하이브리드'기술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 "성공할 확률이 10~20%에 불과하다"는 게 주변의 전반적인 의견이었고 따라서 내부의 반대도 심했다. 그러나 양부회장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포기한다면 친환경차 분야에서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설계기법과 시험방법, 제어 로직 등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배울 곳도 가르쳐 줄 이도 없어 엔지니어들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가야 했다. 수많은 테스트와 시행착오가 끝없이 반복됐다. 차츰 연구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경쟁사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병렬형 시스템으로 구현됐다. 이로써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40mpg의 동급 최고 고속도로 연비와 함께 부드러운 운전성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차가 공개된 후 기존 방식에 비해 모터는 작으면서 성능은 오히려 향상된 현대차 하이브리드 기술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 열린 시승식에는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력에 반신반의하던 기자단과 전문가들이 놀라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양부회장은 이번 성공이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또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했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며 "그것은 현대차가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기술 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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