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RB "글로벌 시장 붕괴 막자"…투자자 요구 수용

ECB등 선진국 중앙은행도 동반 인하 가능성<br>"장기적으론 스태그플레이션 초래" 지적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 뉴욕증시가 개장하기 한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틀간 아시아와 유럽을 돌며 세계증시가 폭락 장세를 연출한 것은 시장의 정상적 작동으로 보기 어렵고 금융시장이 시스템 위기(system crises)로 치닫고 있었다. 따라서 FRB의 조치는 시장을 우선 정상적으로 회복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하폭도 시장이 기대한 0.75%포인트를 과감하게 수용함으로써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시장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FRB는 이날 성명에서 “단기 금융 시장은 사정이 다소 완화됐으나 전체적인 금융시장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FRB가 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관심은 FRB의 전격적인 금융완화 조치가 뉴욕 금융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안정화시키는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의 후폭풍에 휩쓸린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동반 금리인하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모노라인이 보증한 채권 부실을 막기 위해 FRB가 채권보증회사에 대한 협조융자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FRB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긴급히 금리를 내린 것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최대의 패닉을 겪으면서 진앙지인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지구촌 증권 투자자들에게도 안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친 글로벌 증시의 패닉은 미국의 총체적 금융부실과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됐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뉴욕 월가를 초토화한 데 이어 유럽시장을 강타하고 비교적 안전지대였던 이머징마켓으로 빠르게 부실을 전염시켰다. 중국 민간은행까지 서브프라임 부실로 48억달러를 상각처리할 것으로 분석되는 등 부실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규모를 3,000억~4,000억달러로 추정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부실규모는 1,000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하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오히려 경제의 ‘대형 참사(calamity)’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천은 섣불리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보다 현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약간의 경기침체를 감내하는 것이 미래의 재앙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을 키워 오히려 더 큰 경기추락을 가져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대형 참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이코노미스트인 미키 레비 역시 “주택 부문 침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네기 멜론의 이코노미스트인 앨런은 “경기침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아야 하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FRB의 조치와는 별도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8일 세금 환급을 골자로 한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2001년 경기침체와 같은 방식의 이번 부양책은 가구당 1,600달러의 세금을 수표로 돌려줘 소비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당면한 경기침체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최근의 세계증시 붕괴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방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감이 반영됐다. 과거 2001년 세금환급 때처럼 그 효과가 연말이나 가야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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