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외채 불안과 과소비/김주훈 한국은행 조사제1부 부부장(특별기고)

◎정부 재정긴축 등 모범보여 건전소비 유도를최근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총 외채 규모는 95년말 7백84억달러이던 것이 올 6월말 현재 9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지난 80년대 전반에 겪었던 외채불안의 경험을 떠올리며 외채 감축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반년새 116억불 증가 그동안 우리 경제의 규모와 외채상환 능력도 크게 증대되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외채규모가 우리 경제가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상수지 적자의 대부분이 외채조달에 의해 충당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추세가 지속되는 한 외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 가격의 큰폭 하락과 엔화 약세 등으로 인한 수출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가 주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부진 못지않게 적자확대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수입 급증세와 해외여행경비·기술용역대가 및 개인송금 등의 증가를 배경으로 한 큰폭의 무역외 및 이전수지 적자다. 통관기준의 무역총계를 보면 금년 1∼10월중 수출은 비록 증가율은 둔화되었으나 1천65억달러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에 비해 5%의 증가를 보인 반면 수입은 성장둔화와 전반적인 경기침체 분위기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에 비해 11% 증가한 1천2백33억달러를 기록하였다. 특히 수입동향과 관련하여 특기할 점은 전년중 30% 이상의 증가를 보인 자본재 및 원자재 수입은 점차 둔화되고 있으나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소비성향의 고급화와 외제선호 성향을 반영, 자동차·고급의류 등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소비재수입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무역외 이전수지 적자도 올 1∼9월중 62억달러를 기록하여 전년동기의 2배 수준을 상회하였다. 국민소득계정과의 항등관계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이해한다면 이는 곧 우리 국민들이 소비와 투자에 사용한 국내 총 지출액이 우리가 생산해낸 총소득액, 즉 국민총생산을 초과하는 부분(국내 총 지출액과 총 소득에서 소비에 충당하는 부분을 각각 제외한다면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는 부분)으로 정의되므로 우리 국민들의 지출이 소득을 상회하는 한 경상수지적자 확대와 더불어 순외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가품수입 눈덩이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빚과 개인의 빚은 그 속성상 다를 것이 없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누증현상을 개선하기 위하여 요소비용의 안정, 기술개발 등을 통한 우리나라 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 국산자본재산업 육성을 통한 수입대체 촉진 등 중장기적인 생산확충 방안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측면의 방안에 더하여 모든 경제주제들이 과소비와 불요불급한 투자지출을 최대한 억제해나가는 수요측면의 대책에도 힘쓸 것이 요망된다. ○비설비 투자도 줄여야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과소비 억제의 일환으로 정부차원에서 사치성 고가품의 소비 억제, 호화사치 생활자의 소득탈루 방지 등을 위해 세정면의 개선노력을 더욱 기울여나갈 필요가 있으며 소비억제 및 저축증대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민간부문 소비 및 비설비 투자 지출의 합리적인 절제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정부투자·출연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긴요한 부문에 필요한 것이 아닌 지출은 최대한 억제하는 등 그간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통한 물가안정에 계속 정책운영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민간부문의 저축의욕을 높이고 건전한 소비풍토를 진작하기 위한 여건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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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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