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에 등돌리는 은행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금융시장 여건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시행된 은행권의 신BIS협약이 직격탄이 된 것 같습니다.” 중소수출기업의 최근 자금 현황을 조사한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들 기업이 겪는 자금 압박이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무협이 조사한 140여개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이 최근 은행권의 금리인상 요구로 대출금리를 1%포인트 이상 올렸다. 이는 최근 시중 금리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10개 중 3개 기업이 은행권으로부터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거부당했다고 답변한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 정도라면 사실상 ‘금리가 얼마건 간에 이들 기업과는 아예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은행권의 통보로 읽힌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2월 은행의 기업대출(원화 기준)은 4조4,424억원이 줄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4조379억원이나 감소했다. 중기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5년 12월 1조4,000억원 감소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 중기대출이 감소한 것은 은행들의 대출채권 매각 등 연말 효과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연말 효과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부터 은행권에서는 강화된 은행건전성 기준인 신BIS협약(바젤II)이 시행된다. 신BIS협약을 적용하게 되면 은행의 기업대출은 대상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달라진다. 은행이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 당국은 신BIS협약 시행을 앞두고 “신BIS협약이 시행되면 중기대출의 위험가중치가 오히려 떨어진다”며 “중기대출 위축 등의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었다. 최근 드러나는 실상에서 보듯이 현실은 다르다. 얼마 전까지 중소기업들에 돈을 쓰라며 줄을 섰던 은행들이 지금은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어긋난 예측을 질책할 필요도 여유도 없다. 불안한 징후를 보이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를 해소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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