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부들 '생계형 취업' 급증

"남편 월급 뻔한데 고물가에 생활비는 늘어나니…"<br>괜찮은 일자리 잡기 쉽지 않아… 마트 등 단순 업무직이 대부분


#. 결혼 8년차 주부인 김모(38)씨는 얼마 전 재취업을 했다. 출판사를 다니다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서 중산층의 삶을 살던 그녀는 최근 하나뿐인 아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조금씩 늘어만 가는데다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어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과장직이었던 지난 과거는 잊어버리고 집 주변 대형 할인매장에서 현장 판매직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얼마나 경기불황이 지속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가정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유가ㆍ고물가에다 사실상 불황까지 겹친 경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종전에는 자녀들의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들어 식음료값ㆍ학원비 등 각종 서비스료를 포함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탓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계가 급증하면서 중산층을 포함, ‘생계형 취업’에 내몰리는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의 월급은 한자릿수 인상도 힘겨운 데 반해 생활물가는 이미 사실상 두자릿수를 넘어 고공행진을 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문직 진출이 어려운 탓에 주로 대형 할인마트 및 편의점ㆍ음식점 아르바이트로 높은 생활비와 자녀들의 사교육비라는 양대 파도에 간신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17일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에 따르면 주부 채용공고 건수가 지난 2005년 3만7,415건, 2006년 6만9,405건, 2007년 12만3,510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만 8만5,704건으로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알바천국의 한 관계자는 “주부들의 구직 의뢰 건수는 채용공고 건수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면서 “주부들의 취업 열기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부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의 질은 예상보다 좋지 않다. 올 상반기 주부 알바 채용공고 8만여건을 분석해보면 주부 아르바이트 시급은 평균 4,670원으로 최저임금인 3,770원에 비해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직종별로는 ▦음식점 서빙이 1만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매장 업무 ▦단순 생산직 ▦편의점 ▦할인점 ▦텔레마케터(TM) ▦사무보조 ▦주방보조 순으로 단순업무가 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용 알바천국 대표는 “주부들의 취업 기회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자아 실현을 꿈꿀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며 “고유가시대에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내몰리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부는 구직을 원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취업상담 등을 실시하는 취업설계사를 훈련ㆍ배치하는 등 ‘찾아가는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전업주부는 ‘여성 다시 일하기 센터’를 통해 ▦직업상담 ▦직업설계 ▦직업의식 교육 ▦직업훈련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