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분기 총외채 4000억弗] 한국 펀더멘털 믿지만 언제든 돈 회수 가능…시장혼란 우려

■외국인 채권투자, 藥인가 毒인가<br>양호한 재정건전성·견조한 성장세 인정<br>美·中등 한국 국공채 꾸준히 쓸어담아<br>외인 영향력 세질수록 소버린 리스크 커<br>정부, 자본 유출입 규제 강화 신중 검토



채권 딜러 A씨의 얼굴에서는 요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후 주식시장은 '패닉'장세를 연출했지만 채권시장은 '사자' 주문이 밀려들면서 꾸준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투자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A씨는 "미국 사태 이후 며칠 만에 3개월치에 해당하는 수익을 냈다"며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만 없다면 오는 9월 말에는 성과급을 두둑이 챙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발 충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채권가격이 주식과 함께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들이 우리 채권을 사들이는 밑바탕에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지만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경우 언제든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시장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얼굴의 외국인'=채권 강세의 진원지는 미국ㆍ아시아 등 해외자본이다. 한국은행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충격이 발생한 후에도 미국계 은행과 글로벌 투자회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국내 국공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국 은행과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주로 금리차익을 노리고 단기채인 통화안정증권을 매입하고 있으며 아시아 중앙은행은 만기 보유 목적으로 장기채인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말인 이달 6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로 외국인의 채권투자 패턴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일부터 5일까지 우리 국채를 2,700억원가량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8일부터 12일까지 1,32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돌아섰다. 통안증권 순매수액도 1~5일에는 4,200억원어치에 불과했으나 8~12일에는 무려 1조3,500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미국발 충격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오히려 급증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견조한 성장세 ▦개방된 자본시장 등에 주목한 결과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누스 같은 외국인들의 속성상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경우 한순간에 자금을 회수해 국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힘이 세질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이른바 '소버린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밑바탕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 외국인들이 자금을 한순간에 회수해 우리 채권시장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정부, 자본유출입 규제 강도 고심=정부도 외국인의 움직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채권 보유비중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외채규모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6%에 불과하던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비중은 지난해 6%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7%를 넘어섰다. 더구나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통계상 '외채'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외국인의 국공채 투자가 총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외국인 투자가의 국내 채권 보유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장기채에 대한 투자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외채 성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총 외채 규모만 보고 우리나라의 건전성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무역금융 지원을 위해) 실물경제와 연관된 외채의 증가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기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규제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외국자본유출입 변동 장치인 ▦은행세 부과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김치본드 규제 중에서 추가적인 규제강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