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나흘새 120P급등…'상승추세' 돌아서나

유가 하락등 힘입어 투자심리 급속 안정<br>1,700선은 돌파해야 대세 반전 판단 가능<br>8조원대 달하는 프로그램 잔고 등은 부담


증시가 가파른 반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 한때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급락했으나 반등이 시작되면서 1,600선을 넘어 1,700선까지 바라보게 됐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와 미국 신용리스크 감소에다 34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 증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마냥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지수 1,600대는 그동안 낙폭이 컸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세 반전으로 판단하려면 1,700선 이상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상승세를 이끌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고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증시 반등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34일 만에 순매수=24일 코스피지수를 1,626포인트까지 34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다. 지난달 9일부터 줄기차게 ‘매도’만을 외치며 8조9,83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2,000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의 금융불안 완화도 있지만 유가가 12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아시아국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고 이 가운데서도 특히 석유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집중 매도 대상이 됐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줄기찬 매도세가 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신용리스크였는데 두 가지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라 순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30%로 떨어졌다. 이는 33개 주요국의 외국인 평균 비중 29.8%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증시의 매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의 매수전환이 ‘반짝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당분간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달 넘게 팔다가 불과 하루 순매수를 보였다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며 “다만 순매도가 완화될 가능성은 커졌고 쇼트커버링(대차거래 상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700선 넘어야 추세상승 기대=지수가 불과 4거래일 만에 120포인트가량 오르자 기술적 반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상승했다. 기술적 반등치의 경우 고점 대비 낙폭의 33% 회복 지점인 1,650에서 50% 회복 지점인 1,700으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올 들어 외국인 대차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구간이 1,600~1,750선임을 감안할 때 빌렸던 주식을 되사 갚아야 하는 지수대에 이르면서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코스피지수는 1,600선 탈환에 이어 추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1,650선 전후까지 올라간 후 한 번 더 상승 탄력을 받으면 1,700선까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반등을 넘어 추세 상승으로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근본 악재에 대한 확연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1,700선 이후는 추세가 변하는 구간인 만큼 유가와 신용위기 등 악재들의 근본적인 해소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프로그램 잔고, 실적 하향세 변수=당분간 우리 증시의 상승 흐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변수는 글로벌 악재와는 별개로 사상 최고치의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와 기업실적 둔화 우려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날도 3,000억원이 넘는 물량이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8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매수잔고는 지수가 조만간 급등세를 마치고 안정 또는 하향할 경우 지수 매물이 출회되면서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만큼 매물 출회 압력도 고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따른 베이시스 악화 등 주변 상황이 나빠지면 지수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하반기 경기 하강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부담이다. 25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도 2ㆍ4분기 실적이 이미 상당 부분 하향 조정됐다. 3ㆍ4분기 및 4ㆍ4분기 기대치도 갈수록 낮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하거나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볼 경우 증시는 상당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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