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건설 앞으로의 항로

현대건설 앞으로의 항로 연내 5,000억 어음해결등 '갈길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MK), 정몽준 현대중공업고문(MJ)등 친족 계열의 지원으로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진정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물론 현대중공업의 지원 내용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막판 진통을 겪고있지만 가닥은 잡힌 셈이다. 특히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이 현대건설의 퇴출은 있을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까지 미수금 회수를 위해 직접 나서는등 정부의 현대건설 살리기 의지가 가시화되고 있어 '좌초 위험'은 상당부분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위기 해소는 현대건설 사태 해결의 출발에 불과할 뿐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유동성 부담 지속될 듯=현대건설이 조만간 내놓을 자구안을 채권단이 수용하면 연말까지는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신규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불가'라는게 일단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이다. 실제 진 장관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7일 이구동성으로 "연내엔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외에 어떤 금융지원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 회생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은 만큼 최악의 경우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를 전제로 하면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돌아오는 5,000억원대(현대건설측은 4,000억원으로 주장)의 진성어음을 자산매각과 영업이익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서산농장 매각대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도 변수다. 현재 현대건설은 토지조성을 위해 투입된 실비용(6,500억원) 및 물가상승이 반영된 가격으로 매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하의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자구계획안 자체의 수정은 물론 매각손실에 따른 대손처리로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가 검토하고 있는 가격은 이같은 액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도 발목=현대건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1차적 원인은 유동성 위기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쉽사리 해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건설 사태는 건설경기 침체와 경쟁심화, 관급공사의 물량감소는 물론 낙찰률 하락, 매출원가율 악화, 해외공사 미수금 증가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건설경기는 지난 97년의 8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특히 유가상승ㆍ금융권 구조조정ㆍ주식시장 침체등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말 현재 수주잔고가 22조원에 달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3년치 공사물량을 확보한 상태. 따라서 당분간 도급순위 1위자리는 지킬 수 있겠지만 이번 유동성 위기로 신인도에 상당한 타격을 받아 삼성, LG 등 여타업체의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확보가 관건=건설업계 최대의 현안은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만큼 영업이익을 내느냐 여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139억원, 올해 7,245억원(예상치)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악성 해외공사 물량도 조만간 완료될 예정이어서 금융비용을 충당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채규모가 4조원대로 낮아지면 이자보상배율이 1배가 돼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커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0.6%에 불과하고, 경상이익률은 마이너스 2.2%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바닥을 기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건설은 해외공사에서 돌파구를 찾고 특히 이라크 건설공사 미수금을 유럽 투자자에게 할인매각하는 등 미수채권도 대대적으로 정리한다는 복안이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구영기자 입력시간 2000/11/17 18:4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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