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이라크 전쟁 이후 세계 질서가 미국 주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아랍 국가들은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새로운 갈등을 걱정한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SK 사태, 북한 핵 문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여전히 내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신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개혁이 최대 이슈로 등장하곤 한다. 지난번 국정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는 원칙과 일관성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도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게 되면 실패한다.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우리 사회는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감정은 물론 세대-계층 간에 대립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또한 전교조, 시민단체 등의 역기능이 우려된다. 대개 오만과 독선의 우월주의는 사회갈등을 유발시켜 국가역량의 결집을 저해한다. 권력과 돈에 아부하는 풍조는 사회-경제적 정의에 대한 판단을 무디게 한다. 지금은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높아진 도덕성 앞에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참여정부는 개혁에 따른 사회갈등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말로 3백만명에 육박하는 개인 신용 불량자는 경제활동인구의 13% 수준이다. 이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의 개혁과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철도노조 협상과정에서처럼 우리의 노사문화는 기업개혁을 어렵게 한다. 여기에 정부가 전력-가스-철도 등의 민영화 계획을 일부 백지화함으로써 개혁후퇴의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최근 유럽계 펀드인 크레스트 증권의 SK(주)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와 관련, 경영권 방어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출자총액 규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분식회계 부분을 1~2년 유예 하겠다는 정부와 여야의 방침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재벌정책에 대한 경제부처 간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이것은 개혁비용을 유발시켜 정책실패를 가져오게 한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가의 미래 위기를 관리하고 지속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개혁역량 육성이 시급하다. 미래 국가의 富를 창출하는 참된 개혁의 방향은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하면서 개혁의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국가의 역량을 결집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개혁역량은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혁은 그 실천계획과 함께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을 촉진시킨다.
둘째,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개혁에 대한 불신은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사회적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의 개혁주체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반대의 목소리를 포용하면서 민의를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개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셋째,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서 개혁정책에 부합한 정신혁명 즉 새로운 사고와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지도층의 높은 도덕성과 혁신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것은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국가 역량의 결집과 사회적 시너지를 창출하게 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정희수(논설위원 겸 서울경제연구소장(經博)) h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