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통렬한 맥점이 있었다

제5보(76~100)

흑77은 자체로는 살지 못하지만 외곽에서 이용해 보겠다는 수였다. 백78로 잡은 것은 당연해 보였는데 검토실의 루이9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집 안되는 것을 억지로 잡고 있네요.” 루이가 백78 대신에 제시한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이었다. 이곳이 대세점이라는 것. 흑2로 살면 백3으로 시원하게 날개를 펴서 백의 필승지세라는 설명이었다. 복기때 그 말을 전해들은 창하오는 고개를 끄덕여 찬동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전보의 백78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백78로 두었어도 여전히 백이 압도적으로 좋은 상태였으니까. 흑81은 외곽에서 이용하는 수법인데 귀를 잡기 전에 84로 끊은 수순이 정확했다. 참고도2의 백1로 그냥 잡으면 흑은 2로 포위한다. 뒤늦게 5로 끊으면 그때는 선선히 6으로 몰아버릴 것이다. 실전보의 84로 먼저 끊으면 흑도 85로 몰지 않을 수가 없다. 흑89까지를 응수시켜 놓고 비로소 창하오는 90으로 귀를 잡았다. 91은 생략할 수 없고 대세점인 92는 백의 권리가 되었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92였지만 원성진은 이 수를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백이 92로 두지 않고 가에 붙이면 어떻게 하나 염려하고 있었다. 그 통렬한 맥점을 상대방이 놓치자 얼른 93으로 두면서 희미하나마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국후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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