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살리나스의 변명/김인영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대통령은 국민위에 군림했던 오랜 권위주의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고 권력과 유착했던 기업 풍토에 시장의 원리를 도입했다. 행정규제를 풀고 금융시장을 개방, 외국자본을 대폭 끌어들였다.이제는 선진국의 도상에 올랐다는 자신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런데 임기말에 불운이 닥쳐왔다.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외국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나섰다. 신체에 피가 돌지 않는 것처럼 돈이 돌지 않으니 경제가 죽어갔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의 혈육이 엄청난 돈을 착복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후임대통령 선출을 둘러싸고 정치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난 88년부터 94년까지 7년동안 멕시코를 통치했던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대통령때의 일이다. 임기를 마친후 해외에 전전하던 살리나스 전 대통령이 모처럼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는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미국에서 멕시코의 한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개혁노선을 뒤이을 차기대통령 후보가 암살당한후 보수세력이 저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후보를 옹립, 대통령 선거전에 내세웠지만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결국은 승리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자신의 형제가 1백만 달러나 되는 부정한 돈을 외국에 빼돌린데 대해 집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물론 그 돈이 자신의 정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고 재임당시엔 그 사실조차 몰랐다는 변명도 잊지 않았다. 멕시코는 60여년 동안 군사통치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살리나스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치개혁과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정치혼란과 금융위기로 끝났다. 94년엔 당선이 유력했던 루이스 도널드 대통령 후보의 암살과 페소화 폭락사태가 동시에 터졌고 살리나스는 자의반 타의반 멕시코를 떠나야 했다. 정치무상은 동서를 막론하고 공통인 것 같다. 살리나스는 인터뷰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개혁에 저항하는 보수세력의 반동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정치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잘못, 경제를 살리지 못한 잘못, 친인척의 부정을 막지 못한 잘못은 그를 멕시코에서 가장 비난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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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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