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국제입찰 협상력없다] 절차미숙.처리지연 신인도 먹칠

「한국정부나 금융기관은 국제입찰 절차도 모르고 입찰협상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 문제가 정부의 국제입찰 미숙으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들도 한보철강·진로쿠어스맥주 등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해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과 진로쿠어스맥주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해외기업들은 채권단의 불투명한 입찰절차에 크게 반발하면서 미국정부와 의회 등을 통해 항의의 뜻을 한국정부에 전달할 예정이어서 한·미 통상마찰로 비화되는 등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6일 진로쿠어스맥주 1차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 쿠어스사는 국제관행에 어긋나는 채권단의 애매한 입찰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쿠어스사를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을 경우 재입찰을 포기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지 맨스필드 쿠어스 아시아담당 전무이사는 이날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쟁사인 OB가 입찰마감 후 제2의 제안서를 낸 것은 구조조정사무국인 체이스은행이 제시한 입찰규정 12조를 어긴 행위』라며 『따라서 OB는 실격처리돼 재입찰에 응해서는 안되며 쿠어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맨스필드 전무이사는 『OB의 실격처리 등 공정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즉 원래의 제안서대로 입찰이 진행될 경우에만 진로쿠어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며 OB가 실격처리되지 않을 경우 재입찰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쿠어스사는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 번복문제에 대한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것을 비롯해 미 행정부와 의회를 통해 강력 대응키로 하는 등 이 문제를 한·미간 통상문제로 확대시킬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30일에는 한보철강 채권단이 2차 인수의향서를 받아놓고도 우선협상대상 선정을 미룬 채 추가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자 인수희망업체인 미국의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물론 국내업체인 동국제강까지 반발하면서 추가 인수의향서 제출을 포기하겠다고 나서 입찰이 무산될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6일 한보 매각 주간사인 뱅커스 트러스트 검퍼니(BTC) 뉴욕 본사에 매각방식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와 같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입찰을 강행할 경우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동국제강측은 『BTC가 입찰조건과 일정·업체선정 기준 등을 정하지 않은 채 임의로 우선협상자 선정을 몇차례나 미뤄오고 있다』고 밝히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문제도 검토하고 있다』며 BTC와 채권단의 원칙없는 매각절차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앞서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도 지난달 말 추가 인수제안서 제출 거부를 비롯,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BTC와 채권단의 불공정한 입찰과정에 대한 손배배상 소송을 비롯한 각종 법적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국정부와 채권단이 국제입찰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가능한 한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지 않아 외국투자가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훈 기자 LHOON@SED.CO.KR

관련기사



이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