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또 우리들만의 잔치

제1보(1~16)



1988년 한국과 중국, 일본은 거의 동시에 세계바둑선수권전을 창설했다. 한국은 동양증권배를, 중국은 잉창치배를, 일본은 후지쯔배를 각각 창설했다. 원래 후지쯔배는 동양증권배나 잉창치배보다 늦게 논의가 이뤄졌지만 일본기원은 정책적으로 시간을 당겨 대회를 성사시켰고 제1회 우승자 다케미야를 화려하게 등극시켰다. 그리고 5년 동안 후지쯔배는 연이어 일본기원 소속의 우승자를 배출해 일본인의 자존심을 세워주게 된다. 후지쯔배는 한국이나 중국에게 난공불락의 성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다. 1993년 유창혁과 조훈현이 결승에 동반진출하면서 일본기원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승자는 유창혁. 그와 조훈현은 이듬해에도 결승에 동반진출했고 이번에는 조훈현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0년. 한국은 후지쯔배를 8회 더 우승했다. 한국기사끼리 결승을 벌인 경우도 2회나 더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여름 더 지독한 사태가 벌어졌다. 준결승 진출자 4인이 모두 한국기사라는 진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준경승에서 이세돌은 유창혁을 꺾고 최철한은 송태곤을 제압해 이세돌과 최철한이 우승컵을 놓고 단판승부를 벌이게 되었다. 이세돌의 백번. 백12로 눌러간 자세가 힘차다. 87트리오의 윤준상과 이영구는 흑11이 너무 고지식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참고도의 흑1 이하 5로 두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 싸움꾼들이라 포석에서 승부가 좌우되지는 않을 거야"(홍성지) "재미있게 됐어. 세돌이형은 백바둑을 아주 잘두고 철한이형은 흑바둑을 아주 잘 두잖아. 아마 오늘 불꽃이 튀길 거야"(이영구) 이 바둑은 난투 끝에 최후에 가서야 승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짜릿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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