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분기 마이너스 성장 비관론 아닌 현실로?

실물경제 위축 예상보다 심각<br>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져


실물경제 위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4ㆍ4분기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10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들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나 올 4ㆍ4분기의 분기별 성장률(전분기 대비 기준)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비관론’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8일 발표된 10월 산업활동의 주요 지표 급락이 “실물경제 침체의 시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올 4ㆍ4분기 이후 경제동향에 적잖은 부담감을 나타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0월 지표 악화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폭이 컸다”면서 “당초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 내년 1ㆍ4분기는 0% 근처로 내다봤는데 그보다 낮아질 확률이 높다”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0월 한달만으로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예상보다 지표가 많이 안 좋게 나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0월 한달의 지표 급락이 이렇게 충격을 주는 이유는 국내외 여건상 11월 이후 경기가 나아질 만한 기대요인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유가하락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이 플러스 요인으로 꼽히지만 고용악화와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워낙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이렇다 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 일련의 정책대응도 당장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월 같은 마이너스 지표가 이어진다면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4ㆍ4분기에 가까스로 0%를 넘긴다고 해도 경기가 더 나빠질 내년 1ㆍ4분기 중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우리 경제의 분기별 성장률은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 1ㆍ4분기(-0.4%) 이후 약 6년 만에 뒷걸음질치게 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4ㆍ4분기와 내년 1ㆍ4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특히 내년 상반기가 올 하반기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경기 하락폭이 심할 경우 내년 2ㆍ4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배 연구위원은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실물경제는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까지 맞물려 골병이 든 상황”이라며 “10월과 같은 부진한 실물지표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는 경제상황 때문에 주요 기관들이 내놓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3.8%라는 전망을 내놓은 후 10월 중순에는 LG경제연구원이 3.6%, 11월 들어서는 KDI 3.3%, 삼성경제연구소가 3.2%를 예상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이달 27일 SK경영경제연구소는 2.0%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이 KDI 연구위원은 “3%대 초반의 성장률 전망은 하반기 경제여건이 나아지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하에 제시했던 것”이라며 “요즘 상황을 보면 3%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도 “내년 경기가 상저하고라고 하지만 하반기에도 사실상 상승이라고 보기 어려운 L자형, 또는 아주 완만하게 나아지는 U자형을 그릴 확률이 높다”며 “외환위기 때처럼 충격 뒤의 급속 회복이 아닌 지루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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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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