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부진에 대한 공포로 기관투자자들이 무차별 매도에 나서면서 자동차ㆍ화학ㆍ정유주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전날 정보기술(IT)에 이어 그동안 증시를 지탱해 왔던 차ㆍ화ㆍ정 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코스피시장에서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장비업종지수는 10.89%나 떨어지며 전 업종 중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화학 역시 9,81%나 수직 하락하면서 세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전기전자나 철강금속 등 다른 주력 업종들이 4~5% 가량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무려 두배나 큰 폭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10.97%(2만1,000원) 내린 17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기아차와 현대 모비스 역시 각각 7.54%와 13.49%나 곤두박질쳤다. 화학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LG화학의 경우 거의 하한가에 육박하는 14.69%나 자유낙하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할 위기에 처했다. OCI와 한화케미칼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대형주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유주도 예외는 아니다. S-oil(-13.81%)과 SK이노베이션(-13.33%)이 10% 이상 하락했다. 일명 차ㆍ화ㆍ정이라 불리며 올해 최고의 주목을 받았던 이들 종목의 몰락은 긍정론을 펼치던 기관이 시각을 바꾸며 대거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돌연 차ㆍ화ㆍ정에 대한 비중을 줄이자 해당 종목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관은 운송장비에서만 2,400억원 이상 팔아치워 가장 많이 매도했고, 화학업종에 대해서도 1,000억원이상을 팔아치웠다.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LG화학으로 총 781억원 가량을 매도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도 각각 671억원, 524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외에 한화케미칼(457억원)과 OCI(412억원), SK이노베이션(293억원) 등에서 기관이 수 백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는 등 기관 매수도 상위 10개사 가운데 6개사가 차ㆍ화ㆍ정이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차ㆍ화ㆍ정의 몰락은 자산운용사와 자문사 등 지금껏 이들 종목을 매수했던 기관들이 대거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라며“글로벌 경기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기관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방어적 포지션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어 “현재 펀드 자금 순유입으로 현금 여력이 풍부한 기관이 매도 쪽으로 시각을 달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기관이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반등을 보이기 전까지는 현재의 부정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매수로 포지션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