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일본은 날고뛰는데…


중국과 일본의 글로벌 인수합병(M&A)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가 심화되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M&A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의 광고회사 덴쓰(電通)는 세계 8위의 영국 광고회사 이지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종합상사 마루베니는 미국 3위의 곡물유통업체 가빌론을 36억달러에 사들였다. 장난감 기차 '토머스와 친구들'로 유명한 미국의 RC2 역시 지난해 일본의 장난감업체 토미가 인수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간다는 식으로 안전경영을 하고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들이지만 해외 M&A만큼은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고 있다. 상반기 일본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340억달러에 달한다.


일본 국내 시장은 20년 장기불황에다 고령화로 인해 정체에 빠져 있다. 2조6,0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은 안방에서 고사하기 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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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 기업 사재기 또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가전략 차원의 에너지 확보부터 신기술을 습득하고 고급 브랜드를 손에 넣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식탐은 끝이 없다. 얼마 전에는 베이징줘웨항공공업이 파산상태인 미국의 종소형항공기 제작사 호커 비치크레프트를 1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 의회나 정부 일각에서는 고급 항공기술이 유출되지 않을까 못마땅해 했지만 수천명의 일자리가 걸린 딜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중국 기업들은 상반기 중 207억달러를 글로벌 M&A에 쏟아 부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과연 10년, 20년을 기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배고플 때 쇼핑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태에서 서두르는 M&A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잘나갈 때 장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M&A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의 한명인 존 챔버스 시스코회장. 지난 1995년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그는 지금까지 130여건의 M&A를 성사시켜 회사를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리더로서 필요한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인재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M&A가 핵심 전략"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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