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취임한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없어 보였다. 윤 장관은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방문해 소감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지금의 상황에 대한 걱정과 대책을 얘기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그가 꺼낸 일성은 '엔저 대책'. 윤 장관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엔저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사이 우리 수출 기업들의 거래선이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윤 장관은 엔저와 악연이 있다. 지난 2001~2002년 대표적인 엔화 약세기에 산업자원부(현 지경부) 수출과장으로 엔저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그는 수출 사무관과 수출과장을 거친 지경부 내 대표적인 수출통이다.
10여년 넘게 흘러 윤 장관이 지경부 사령탑에 올랐지만 대내외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쁘다.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라는 샴페인을 터뜨릴 틈도 없이 수출 전선은 초비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엔저까지 겹치며 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흔들린다.
윤 장관이 FTA를 통해 엔저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말처럼 간단치가 않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 FTA가 발효된 지 1년, 유럽연합(EU)과는 1년 반이 됐지만 우리 기업은 여전히 FT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겠다며 아우성을 친다.
최근 한미 FTA 1주년 효과를 취재하던 기자가 접한 현실이 그랬다. 국내 섬유업체에 미국 세관 통과는 여전히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인데 영문 번역도 제대로 안돼 퇴짜 맞기가 일쑤였다.
우리 정부는 무려 45개 국가와 FTA를 맺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 기업들이 FTA 효과를 얼마나 체감했는지 불분명하다. 수출 중소 제조업체 숫자는 여전히 전체의 25% 수준에 그친다.
윤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유일하게 차관에서 장관으로 직행한 케이스다. '관운이 따랐다'는 부러움 뒤에는 '특별히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디 윤 장관이 현직의 경험에만 안주하지 않고 우리 수출 구조를 제대로 혁신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