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없나

IMF 이후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유동화하면서 기간제(계약직)ㆍ파견근로ㆍ파트타임으로 대표되는 소위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근로자 계층간의 양극화 현상이 노사 현안 및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비정규직의 남용을 규제하고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나 노사단체 및 각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지금까지 논의는 정규직에 비해 근로 조건이나 각종 사회보험의 적용에 있어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 사항이었다. 그러나 노사간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입법이 지연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있다. 비정규직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화하고 고용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이 시장원리의 추세’라고 평가한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낮은 임금, 저조한 부가급부와 미비한 고용안정성으로 요약되는 비정규직이 갖는 특성을 지적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출범한 참여정부는 ‘비정규직의 남용 방지와 차별적 처우 시정’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으나 이번 비정규직법안에서 보듯이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지난한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실업률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유럽연합(EU)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꾀하려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리고 장기 불황에서 탈피하려는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법정책이나 고용정책, 산업구조 및 노사관계 등의 특성을 고려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직후에는 OECD의 정책 쪽으로 치우치는 듯한 인상이 짙었으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EU의 정책 쪽으로 선회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배경에는 점점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의 핵심에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비정규직법안이 오랜 산고 끝에 2월 말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현안이 돼온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될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기대를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도 잠시뿐,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유(使用事由) 제한 및 파견기간 초과 근로자에 대한 고용의제(雇用擬制) 문제에 대한 여야간의 입장 차 때문에 비정규직법안의 국회 통과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정규직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만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찬동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규직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시장원리에 맡기면 단기적으로는 고용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규 고용을 대체하게 돼 생산성이 저하되고 전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너무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집착하지 말고 조속히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정비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이들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교육 및 직업 훈련을 통해 일정한 커리어를 쌓은 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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