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일되면 아내자리 양보 할게요"

"통일되면 아내자리 양보 할게요"南서 결혼 이선행-이송자 부부 북측 가족 극적화해 남북 이산가족들이 분단 50년간의 슬픈 가족사(史)를 딛고 극적으로 화해해 겨레 앞에 희망을 안겨줬다. 17일 평양에선 북한에서 각각 단란한 가정을 꾸리다 월남해 결합한 이선행(81)씨와 이송자(82)씨 부부와 그들이 북측에 두고 온 아들들이 마침내 하나가 됐다. 이번 평양방문단에 부부가 모두 뽑힌 행운의 주인공인 이들 이씨부부는 15·16일 연이틀간 50년 전에 각각 북에 두고 가족들을 따로 만났다. 이선행씨는 부인 홍경옥(76)씨와 아들 진일(56)·진성(53)씨, 이송자씨는 아들 박위석(61)씨와 만나 반백년이 넘게 쌓인 이산의 한(恨)을 풀었다. 이선행씨의 북측 아내 홍경옥씨와 남측 아내 이송자씨, 그리고 이선행씨와 이송자씨의 북측 아들들은 지난 15일 이후 세차례 상봉과 한차례 식사 때 서로 얼굴을 마주치면서도 선뜻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막상 얼굴을 맞대려니 자식들 보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들은 17일 고려호텔 고별오찬에서 마침내 10여 분간 합석,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송자씨의 아들 박위석씨가 이선행씨에게 『아버님 받으십시오』라며 들쭉술을 권하자 이씨는 『나는 머슴처럼 어머님을 받들고 있으니까 걱정마라』고 답했다. 홍정옥씨와 함께 온 장남 진일씨는 이송자씨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아버지를 돌봐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통일이 되서 아버지의 90세 생일상을 제가 차려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일씨의 동생 진관씨는 이송자씨의 아들 박씨에게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손을 잡았고 이송자씨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송자씨는 홍씨에게 『통일돼서 다시 만나면 (부인) 자리를 양보하겠다』고까지 말했다. 1,000만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50년 분단사를 함축적으로 간직한 이들 이산가족의 극적인 상봉 드라마는 향후 남북 대동단결 시대를 암시하는 듯 했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8/17 17:5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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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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