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6월 12일] 원자력 르네상스

얼마 전 신문에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에 관한 짤막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내용은 이 섬에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섬 전체가 인광석으로 이뤄진 작은 섬을 계속 파내다 보니 결국 지표가 해수면보다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 기사가 기억에 남는 것은 크게 보면 지구의 운명, 작게 보면 에너지 문제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유가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또 한차례 진통을 겪고 있다. 유가가 한때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은 가운데 올 여름에는 150달러에 이르고 2~3년 안에 2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록 현재의 유가에 어느 정도 거품이 꼈다고 해도 길게 보면 석유 가격의 상승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나우루의 인광석처럼 부존자원량은 일정한 반면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화석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자료를 보면 원유의 가채 연수는 40년 정도에 불과하고 천연가스 65년, 석탄은 155년 정도다. 반면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에너지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세계인구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거대국가 중국과 인도가 경제 약진에 따라 원유를 비롯한 주요자원을 무한정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묻지마 방식으로 매물로 나온 각국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자원민족주의’ ‘자원전쟁’ 등 살벌한 말들도 자주 오르내린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 문제는 하루하루의 가격변화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준비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각국이 오래전부터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자원 개발을 비롯해 태양열ㆍ풍력ㆍ연료전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석유파동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령 요즘 각광 받고 있는 풍력의 경우 전력 1백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려 5천만평에 달하는 부지가 필요하다. 여의도의 58배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다. 태양광은 1천만평에 집열판을 깔아야 하는 반면 아직 가격이 비싸고 전기 품질도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결국 원자력발전이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원자력발전 추진을 선언했고 이미 발전소 건설에 들어간 국가들도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로 부르기도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원자력은 참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석탄 3톤, 원유 10여배럴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우라늄 1g으로 생산할 수 있다. 비용은 다른 에너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CO2) 걱정도 없다. 안전성 문제만 담보 되면 ‘신이 내린 에너지’라고 부를 만도 하다. 우리나라가 일찍이 원자력발전에 눈을 떠 전체 전력생산의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 20년간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몇 배나 치솟고 소비자물가가 178%나 올랐는데도 전기요금은 불과 5.4% 상승에 그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원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장애물이 많겠지만 꼭 실현해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다. 동남아에 ‘호수가 잔잔하다고 악어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속담이 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악어와 같은 오일쇼크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준비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