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간 격차가 경제양극화 부채질

대형 시중銀-중소·지방銀격차 심화로 中企대출 영향

대형 시중은행과 중소형ㆍ지방 금융기관간의 양극화가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진행된 시중은행과 지방ㆍ저축은행간의 자산규모 격차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공급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대출 금융기관의 양극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형화된 은행은 계량적인 평가에 의해 여신심사를 하면서 중기대출이 줄고 지방ㆍ저축은행은 여신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대한 지방은행의 평균 자산 규모 비율은 지난 96년 21.7%에서 지난해 12.2%로, 상호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0.56%에서 0.35%로 각각 낮아졌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원화대출금에서 중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50.6%에서 2003년 37.8%로 떨어지는 등 대형 은행의 중기대출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화된 시중은행들이 계량적 대출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업대출을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실적이 미비한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기회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소형 금융기관들이 대형 은행들의 대출 공백을 메우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산규모와 건전성 등에 비춰볼 때 효과적 자금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호저축은행이 전체 은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자산 기준)은 96년 7.2%에서 지난해 4.3%로 감소했다. 박 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금조달의 양극화는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소형 은행 설립 장벽 완화, 우량 상호저축은행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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