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열과 탄압의 역사 '100권의 금서'

美소설 '포에버' 학부모 동의서 있어야 대출가능 등

서양 문명에서 대표적인 서적 검열의 역사는 가톨릭 교회의 '금서목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559년 교황 파울루스 4세가 처음 펴낸 후 42번째 목록까지 총 4천126권을 수록한 교황청 '금서목록'은 1966년 로마 교황청이 이를 폐지할 때까지 400여년간 가톨릭 교도를 구속하는 역할을 했다. 이중에는 베르그송, 콩트, 디포, 데카르트, 디드로, 플로베르, 홉스, 흄, 칸트,로크, 밀, 몽테뉴, 몽테스키외, 파스칼, 루소, 상드, 스피노자, 스탕달, 볼테르, 졸라 등 서양을 대표하는 지성이 쓴 고전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책은 시대를 막론하고 탄압받아 왔으며 이와 같은 탄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00권의 금서'(니컬러스 J. 캐럴 리드스ㆍ마거릿 볼드ㆍ돈 B. 소바 지음. 예담펴냄)는 이처럼 정치적, 종교적, 성적, 사회적 이유로 금지되거나 탄압받은 책들을 골라 그 내용과 수난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책 뿐 아니라 교과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도서관에 비치되지 못하거나, 교회에서 비난받거나, 독실한 신자들이 금기시하거나,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거나, 법정에서 심판받는 등 넓은 의미의 탄압을 받은 책들을 망라하고 있다. 1928년 독일에서 발간된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가 사회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조국과 민족의 이상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시민 4만명이 보는 앞에서 화형식에 처해졌다. 10대 소년, 소녀의 사랑을 그린 미국 소설 '포에버'는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아와야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보여준 '국방부 보고서'를 연재했다가 4일간 정간되기도 했다. 이밖에 '분노의 포도' '동물농장' '닥터지바고' '올리버 트위스트' '율리시스' '캔터베리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 등 누구나 알만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손희승 옮김. 72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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