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스템 복원 시급하다

금융시스템 복원 시급하다현대그룹의 2차 유동성위기설이 일단 수면 아래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기업을 대하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은 현대사태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심화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투신권에 예탁된 금융기관들의 대우채 부분(28조원 규모 추산)은 손실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정상적인 금융기능을 회복하는 데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식시장은 침체를 거듭,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지난 97년 환란 이후 발행한 중견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와 기업들의 자금난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실물 부문의 공생(共生)을 위한 처방이 시급하고 첫 매듭풀기는 금융 시스템을 하루 빨리 복원하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의 신뢰상실=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은행창구는 곧 닥칠 합병 등 구조조정에 몸을 사리고 2금융권은 영남종금의 영업정지에서 보듯 넉넉지 못한 유동성에 자신의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다. 정부가 투신사의 채권매수 세력을 확충하기 위해 부랴부랴 전액 비과세상품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 상황에서 투신권의 정상적인 기능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신권은 빠져나가는 수탁액을 만회하기 위해 기업의 돈줄을 죄고 이는 결국 새한에 이어 현대의 2차 유동성 위기설을 몰고 왔다. 대우채 손실분담을 둘러싼 금융기관간 힘겨루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은행신탁과 투신권은 이 와중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의 매수여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신탁계정의 단기자산(표지어음·CP) 투자규모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4,600억원 가량 줄었다. 금융기관들의 대우채 부실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투신권에 예치된 금융기관들의 대우채 부분은 28조원 규모. 정부는 6월 말까지 잔존가치를 따져 개별 금융기관들의 손실규모(원금-잔존가치)를 확정할 방침이다. 외국인들은 이 부분을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잠재부실로 파악하고 있다. 손실규모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규모는 커지고 이에 대한 우려는 금융권의 정상적인 금융기능을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지표도 불안한 양상이다. 현대사태의 파장이 「봉합 수준」에서 일단락되며 주가하락이 소폭에서 제한되는 등 안정을 되찾는 기운이지만 금리상승곡선이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현대발(發) 위기 가능성」은 잠재된 뇌관으로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심화되는 기업 자금난=금융시장의 신뢰상실 속에서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로 잠시 잊혀졌지만 3~4개 그룹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그룹의 경우 당좌한도 소진율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제는 이같은 금융불안 상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화할 경우다. 금리가 두자릿수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하반기 만기회사채 물량은 29조4,859억원에 이른다. 금리는 12%에서 최대 20%에까지 다다른다. 주식시장이 지금처럼 침체를 거듭할 경우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직접금융 조달은 불가능하고 만기회사채의 차환발행이 되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직격탄을 맞는 거나 마찬가지다. CP나 3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자금분배 기능의 선순환 필요=금융연구원의 최공필(崔公弼) 박사는 『현재 금융시장은 신뢰상실이 문제』라며 『직접적인 유동성지원은 의미가 없으며 시장 내 자금중개기능을 복원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도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일종의 「워밍업」 단계』라며 투명한 정책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기기자 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9 20:01 ◀ 이전화면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