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증시] (3) 버팀목 없는 증시

[위기의 증시] (3) 버팀목 없는 증시투신 살려야 증시 산다 국내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급락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주체가 없다. 안전판 역할을 하는 버팀목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역(逆)으로 최근 증시는 외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숨을 죽이고 있다. 국내증시의 30% 이상을 점령한 탓에 이들의 행보가 시장의 빛과 그림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전통적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을 잡아왔던 투신권이 제 위상을 찾지 못하는 한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투신권의 수탁액은 150조원 수준. 지난해 이맘때보다 무려 100조원이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실탄이 없으니 시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어렵다. 오히려 환매에 따른 잇따른 주식매도로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몰릴 정도다. 실제 투신권이 연초부터 현재까지 순수하게 팔아치운 물량만도 1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6월부터 지수 500선을 단숨에 두배로 끌어올리며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투신이 어느새 증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셈이다. 물론 최근의 국내증시가 빈사상태로 몰린 원인을 투신에만 돌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윤성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부장은 『투신의 수탁액은 주가의 후행변수』라면서 『일차적으로 주가가 떠야 자금이 들어오고 이 자금으로 주식을 재차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투신』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최근의 투신권 위축은 수급불균형 등 열악한 증시 주변여건에서 비롯된 파생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증시전문가들도 이같은 시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눈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매입한 대우 채권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음은 물론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역시 불안정해 유탄(流彈)을 맞았다는 것이다. 특히 투신은 시장의 인덱스(지수)에 초점을 맞춰 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률 역시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신을 보는 시장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이같은 단기적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본질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투신권은 설립 초창기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오리에 비유될 정도로 영업실적이 우수했다. 물론 금융당국이 증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신을 이용하면서 왜곡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투신권은 이와 별도로 무리한 수탁액 늘리기, 수익률 짜맞추기를 위한 불법 편출입을 일삼아 시장불신의 불씨를 키워왔다. 지난해에는 주가급등으로 이같은 문제점이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지만 최근 주가급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형편없이 떨어져 원금까지 손실을 보는 사태가 오자 그동안의 불신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신(投信)이란 명칭과 달리 투신을 믿지 못하겠다는 시장반응은 어쩌만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투신을 살려야 한다는 것은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투신이 살아나야만 장기 투자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주가상승과 함께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투신이 자금시장 선순환의 연결고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신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펀드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준석기자JSHONG@SED.CO.KR 입력시간 2000/09/09 16:2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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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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