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銀 매각 곳곳에 '보이지 않는 손' 개입 흔적

금융당국 부당개입 비판 확산일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올해 재매각 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의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되기 1년 전부터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포착된 관치는 2003년 4월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현 재정경제부 차관보)이 유행시킨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의 의미를 넘어 국부 유출의 주범이자 불법적 행위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은행권에서 주장하는 관치의 흔적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혹을 되짚어 본다. ◇매각 1년반전부터 관치 낌새 외환은행에 당국의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론스타로의 매각이 결정된2003년 8월보다 1년6개월이나 앞선 2002년 2월부터 들려왔다. 2002년 4월9일 외환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경영개선권고 은행에 선정된 지 4년여만에 해제된다. 그러나 경영개선권고 은행 해제를 두달여 앞둔 2월에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경림 행장이 특별한 이유없이 중도 퇴진한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에서는 "현대건설 문제가 해결되고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 경영개선권고 은행 탈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김 행장을 퇴진시킨 것은 관치금융의 대표적 사례"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강원 행장 취임관련 로비 의혹 외환은행이 경영개선권고 은행을 탈피한 2002년 4월, 이강원씨(현 한국투자공사사장)가 신임 행장에 선임되자 당국의 직간접적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전 행장과 친분이 있던 이헌재 사단의 협조설을 넘어 최근에는 금융 로비스트인 김재록씨가 자신의 고향(전남 영광) 선배인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생겨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최근 "2002년 정 보좌관이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의장 겸 행장후보추천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투신 출신으로 은행장으로서 능력에 문제가 제기됐던 이강원 당시 은행장의 임명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물로 이 전 행장은 "답변할 가치도 없다"며 강력 부인했다. ◇론스타.외환銀 내통설과 당국 배후조종설 론스타는 이강원 행장 취임 6개월 후인 2002년 10월25일 자본 참여의사(Indication of Interest)를 은행측에 전달하고, 며칠뒤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사장은 외신을통해 `민영화를 앞둔 은행들이 주요 투자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이어 같은 해 12월 비밀준수협정서(CA)를 체결하고, 2003년 1월10일에는 `대주주가 목적'이라는 내용을 담은 예비제안서(Preliminary Proposal)을 접수시키는 등 비밀리에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착착 진행한다. 외환은행 역시 2002년 10월부터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부장을 중심으로 매각 작업을 준비한다. 최근 전 씨와 함께 구속된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대표도 이 시점에 이미 외환은행측과 접촉을 가져 론스타와 외환은행간 내통설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이 2003년 1월20일 이달용 부행장 명의로 론스타에 서한을 보내 "우리는 긴밀하게 대화하며 가능한 한 빨리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한 점도 사전 내통 의혹을 높이고 있다. 외환은행 측은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론스타가 제일은행과 함께 외환은행에도 관심을 보여 와 지분매각 작업을 준비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자율적으로 접촉한 것이 아니라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의 지분을 합해 사실상 최대주주였던 정부 당국의 배후조종이 있었다는 의문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헐값매각 개입 의혹 2003년 4월3일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실사(Due Diligence)에 합의하고 4월7일부터 5월7일까지 실사를 실시한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외환은행과 론스타간 매각협상 진행설'을 보도하자, 이 전 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증자와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을 통해 총 5천억원 규모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론스타와의 협상설은 부인했다. 이 전 행장은 론스타가 2002년 10월부터 대주주 목표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외자유치'라고 주장하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건전하던 외환은행의 매각은 불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자유치를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5천억원을 필요로 했던 외환은행이 결국 론스타로부터 약 1조3천833억원을 유치하는 대신 경영권을 넘겨버린 점 역시 의혹을 사고 있다. 경영고문료로 17억원을 받은 이 전 행장과 10억원 가량을 받은 이달용 전 부행장에 대해 배임 혐의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후 론스타가 2차 제안서를 제출한 2003년 6월16일부터 7월27일까지 론스타의 가격협상에 당국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이사들이 주당 4천원의 신주 가격은 헐값이라며 반대했지만 9월 외환은행 주가가 4천500원대까지 오른 점과 경영 프리미엄을 무시한 데는 조기 매각을 유도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주 가격이 6월16일 3천700원에서 7월18일 4천100원, 7월21일 4천원이 되기까지 재정경제부와 론스타간 추가 협상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며 "금감위에서는 일본 도쿄스타은행과 관련해 론스타가 4천억원 가량을 탈세해 1천400억원의 세금을 냈다는 보도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비밀회의 후 본격 개입..BIS비율 조작 의혹 2003년 7월15일 재경부 주도로 열린 '10인 회의' 이후 외환은행의 연말 BIS 전망은 기존과 달리 급격히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청와대와 정부,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론스타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규정해 예외규정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또 '도장값'이라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정부 관료들이 매각에 협조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어 7월21일 '외환은행 연말 BIS 비율'을 6.16%로 추정하는 '의문의 팩스' 5장이 금감원에 전송됐고, 이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결국 7월28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대책회의 이후 외환은행 매각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2003년 5월과 6월, 7월 등 세차례 외환은행 BIS 비율을 8~9%대로 전망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BIS 비율이 조작됐고, 여기에 당국이 깊숙히 간여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배타적 협상대상자 확정 이후 재경부는 2003년 9월3일 금감위 앞으로 공문을 보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문에서 재경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보유한도를 초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론스타가 배타적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금융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감위는 공문발송 이틀 뒤인 9월5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회의를 개최, 특별한 사유에 한해 승인이 가능하다는 은행법상 규정을 중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금감위는 9월26일 BIS비율 6.16%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 `등'이라는 특별 사유를 적용, 론스타의 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여기서 적용된 `등'은 아무리 건전한 은행이라도 사채업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지점 폐쇄 방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04년 4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외환은행 미국내 점포 (지점 4개, 현지 법인 1개)를 모두 폐쇄했다. 외환은행이 국내 대표적인 외국환은행으로서 대외 금융업무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국 지점의 전면 폐쇄는 은행의 성장에 부정적인 조치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실질적 대주주가 지배구조를 공개할 것을 규정한 미 관련 법규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2003년 9월 "재정경제부에서 외환은행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수출입은행의 출자자금 회수가 가능토록 예외승인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주지역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점포를 Agency 등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설득중"이라며 LSF-KEB 홀딩스가 외환은행의 지분 65.23%(콜옵션 행사시)를 보유할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일본 론스타의 탈세에 `모르쇠'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중이던 2003년 7월 일본에서 탈세 의혹으로 큰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승인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부적격성에도 불구하고 론스타를 인수 대상자로 '적정' 판단을 내리고 우선권을 줬다. 해외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대대주 승인의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국은 여러 인수 후보와 접촉했으나 모두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당시로서는 론스타 펀드만이 유일한 대안이었으며 당시 그같은 탈세 문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에서 탈세 의혹이 크게 논란이 됐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당국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06년 재매각도 '교통정리' 의혹 금융감독 당국은 올해 외환은행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재매각 과정에서도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눈앞에 둔 예민한 시점에 사실상 DBS(싱가포르개발은행)를 탈락시키고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면죄부성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대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지난달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DBS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실무적인 문제가 있으며 국민은행의 독과점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다음날인 21일 국민은행측에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했다는 사실을 통고했고 22일 하나금융지주와 DBS에는 탈락 사실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또 공정위가 판단해야 하는 국민은행의 독과점 여부에 대해서도 월권 행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면죄부를 부여하며 특정 은행 낙점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받고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2006년 재매각 과정에서 당국의 부당한 개입 의혹이 감사원과 검찰 조사를 통해 어느정도 밝혀질 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