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美 대선 후보들의 보호주의

미국 항공기조립 및 방산업체인 보잉사가 미 공군이 350억달러 규모의 공중급유기 납품업체로 자사 대신 유럽 에어버스의 모기업 유럽항공우주산업(EADS)를 선택한 데 대한 공식적 항의를 검토하고 있다. 보잉은 4만4,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발표했고 보잉 노조와 미국 민주당원들은 분노했다. 보잉과 갈등관계를 빚어온 공화당 대선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예비선거 승리에 우쭐거렸지만 곧 후회할지도 모른다. 대선 정국에 보호주의 경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은 오하이오주 예비선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게이트’로 바락 오바마를 물리쳤다. NAFTA 게이트란 오바마의 선거 참모가 캐나다정부 관리들에게 “NAFTA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선거용 전략이며 이 협정은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 것을 말한다. 힐러리는 NAFTA 게이트를 대선 정국에 적극 활용하면서 “진정으로 NAFTA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홍보했다. 만약 힐러리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NAFTA는 위험에 처해질 운명이다. 어쨌든 민주당의 양 대선 후보는 조속히 NAFTA를 폐기하길 맹세하고 이런 방침을 수정하는 것은 종전 입장의 후퇴로 매도하고 있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가고 무역과의 전쟁이 들어선 판국이다. 미국 내 보호주의 경향은 경기둔화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기 전 악화된 고용상황 등이 발표되면서 이미 강화돼왔다. 경기침체가 점점 분명해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보호주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 체결 반대를 넘어 기존의 체결된 자유무역협정마저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행보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힐러리는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두 명의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우리가 실망하는 것은 그들의 위선이다. 하지만 그들의 위선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보호주의 득세다. 자유무역은 미국의 국익에 중요하다. 대선 정국에서 두 후보에게 자유무역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자유무역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두 후보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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