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로펌 CEO들의 '리얼토크'] <5> 김병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국민 신뢰받는 국내1위 로펌 될것"<br>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느낌… 결속력 중시 '윤활유 CEO' 정평<br>'제일국제특허' M&A 진두지휘 작년 국제경쟁력부문 1위 올라

“앞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로펌만이 살아남습니다.” 김병재 광장 대표변호사는 유난히 ‘신뢰’를 강조한다.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로펌도 신뢰를 받아야 장수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김앤장이 우리보다 변호사수가 많긴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부분에서는 광장이 단연 으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뢰받는 로펌만 생존” = 김 대표는 신뢰경영을 위해 상대적으로 피해보는 부분들도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돈이 되는’ 큰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펌 내부에서 운영위원들이 도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수임을 거절한 적도 있다. 그는 “(사건수임을 스스로 거절하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돈보다는 신뢰를 우선 선택하는 것은 광장의 오랜 경영전통”이라며 자랑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1위의 로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진짜 신뢰를 받는 국내 1위 로펌부터 되겠다”는 독특한 포부를 밝혔다. ◇윤할유 같은 CEO로 정평= 체구는 작지만, 웃는 낯의 서글서글한 눈매로 상대를 바라보는 김 대표. 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로펌 CEO라기보단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느낌이 먼저 들 정도다. 광장 내부에서 김 대표는 ‘친화력 CEO’로 통한다. 이 때문인지 2005년부터 광장 대표를 맡아오면서, 내부 결속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자신의 CEO역할론에 대해 “‘이거 해, 저거 해’ 하는 식의 지시나 감독, 권위형이 돼선 안된다”며 “변호사들이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내년부터 대외적으로 광장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M&A도 직접 나서는 수완도 발휘= 김 대표는 친화력뿐만 아니라 M&A 등 경영측면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이후 국내에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선두에선 특허법인인 ‘제일국제특허’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광장은 기업자문이나 금융, 송무 등 각 분야에서 강점이지만, 지적재산권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지적재산권 분야를 강화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적재산권분야 1위의 제일국제특허를 합병한 것이다. 광장의 한 변호사는 “제일국제특허 M&A로 광장이 기업자문, 금융자문, 송무 및 중재분야, 지적재산권 등 전 분야에 걸쳐 최고의 실력을 길러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로펌 전문지인 ‘아시아로’는 지난 해 광장을 국제경쟁력 1위로 꼽기도 했다. 김 대표는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 오래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 오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10년 전부터 각 분야마다 전문화하고 대형화해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등 차분히 준비해 왔다”며 “앞으로 변호사 500여명 규모의 로펌으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슴 뛰는 삶 위해 변호사 선택”= 김 대표는 한때 잘 나가는 판사였다. 하지만 40세에 접어들면서 사법부의 본질적인 한계에 부딪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무엇이 옳다. 정의가 무엇이다’ 라고 판결하는 것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 컸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옷 벗을 결심을 굳혔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표에게 변호사의 길을 가게 한 재판은 이랬다. 피고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였다. 땅 주인이 9년째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퇴거소송을 낸 것이다. 김 대표는 법관으로서 당연히 철거하고 퇴거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울면서 “늙은 몸이 갈 데가 없다”며 하소연 하더라는 것. 김 대표는 순간 자신의 판결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는 “법원에서 법대로 ‘이것은 정의기 때문에 따르라’라고 판결을 하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가 밀려 왔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이 사건 이후 머리로만 느껴오던 정의감을 손발로 실천해보기 위해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 김 대표는 교회 장로여서 그런지, 대단히 너그럽고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체질화돼 있는 것 같다. 선문답에 가까울 정도의 대화로도 이어지곤 했지만, 대화 도중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며 “기대를 안하니까 뒤통수 맞을 일도 없다”고 웃어 보였다. “사람은 섬김의 대상이고, 베풂의 대상”이라는 김 대표. 그에게도 상처 받은 일이 있지 않았을까 물었더니 돌아 오는 대답은 “친절을 베풀고 상응하는 뭐가 있겠지 하는 순간 이미 상처를 입는다”며 “오로지 베풀라”고 응수해 왔다. 싫어하는 직원은 어떤 유형이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그냥 좋아하는 직원은 있다”며 “불평하는 직원보다는 모든 일에 감사해 하는 직원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운동은 승마= “승마가 골프보다 비싸다구요. 천만에요” 김 대표는 승마 애호가다. 주말마다 말을 타러 서울 근교로 나간다고 한다. 아직 승마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승마를 하게 되면 허리가 곧게 펴지고, 사타구니 힘이 강해진다”며 건강관리에는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포천이나 용인, 서울근교에 승마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골프보다 훨씬 돈이 안 든다”며 승마를 권했다. 김 대표의 대표적인 노래는 하덕규의 ‘자유’다. ‘껍질속에서 살고 있었네…자유, 자유, 자~유’. 짧았지만,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노래가사처럼 ‘영혼의 자유로움’을 만끽한 즐거운 대화였다. ■ 법무법인 '광장'은
기업자문·금융·지재권분야 강자로 ‘우뚝’
법무법인 광장은 1977년 이태희 대표 변호사가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2001년 7월 기업자문에서 앞서가던 법무법인 한미와 송무분야의 최강자였던 법무법인 광장이 합병을 통해 대형 로펌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6월 제일국제특허와도 합병하며 지적재산권 분야를 강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광장에는 현재 국내변호사 153명, 외국변호사 34명, 변리사 52명, 공인회계사 4명 등이 포진해 있다. 기업자문 분야에서는 이규화 변호사와 안용석 변호사, 금융분야에서는 정우영 변호사와 이미현 변호사, 송무그룹에서는 송홍섭 변호사와 고원석 변호사, 형사분야에선 서창희 변호사, 국재중재파트에서는 임성우 변호사,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김재훈 변호사와 권영모 변호사 등 탄탄한 중견 변호사들이 버티고 있다.
김병재 변호사 약력
1951 충남 청양 출생 1970 경기고 졸업 1974 서울대 법대 졸업 1975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1977 제7기 사법연수원 수료 1977~1980 공군법무관 1980~1982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1982~1983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84~1985 청주지방법원 판사 1986~1988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겸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88~199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2000 사법연수원 교수 1998~2002 한국복지재단·KBS 사랑의 리퀘스트 운영위원 1999~2000 방송위원회 광고재심의위원 1999~2000 대법원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2003~2007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2005~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련기사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