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빅뱅 신호? 공포탄?"…금융권, 촉각 곤두

당장 M&A 보다는 고강도 자구책 주문에 무게<br>일부선 "李대통령 강한 주문따른 오버액션" 분석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느닷없이 은행권의 ‘빅뱅’을 예고하는 발언을 꺼냈다. 그것도 뉴욕에서였다. ‘새로운 짝짓기’를 언급한 전 위원장은 한편으로,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까지 말했다. 금융권은 당장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 구조조정에 정부가 관치(?)를 통해서라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인데, 정작 당사자인 은행에선 인수합병(M&A)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에선 그의 이번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이 수 차례 은행들의 소극적인 중소기업 대출을 문제 삼으며 철저한 감독과 정책을 주문한 데 따른 ‘오버 액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금융시장의 총괄 책임자인 금융위원장이 성급한 발언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위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권에 정말 빅뱅 오나= ‘(은행이) 새로운 짝 짓기도 할 수 있다’는 전 위원장 발언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것이지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당장 은행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실물경기가 현 속도로 가파르게 추락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도 현재 은행에 대해 프리 워크아웃 적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공식 출범할 ‘구조조정기획단’이 이 역할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기획단은 금융감독원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구조조정을 담은 금융구조개선산업법 등 관련 법안을 검토하며 만일에 일어날지 모르는 은행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은행이 10% 이상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 경기 하강 속도를 고려해 볼 때 내년에는 금융권간 자체 M&A가 일어나는 등 구조조정이 가시화 될 여지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화위기 때도 부실 은행들의 짝짓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2금융권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 전 위원장은 저축은행 100여 곳 중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문제가 있는 곳은 1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만큼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신협 등 제 2금융권은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다. 농협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0월말까지 6개 조합이 없어지거나 통폐합 됐다. 또 새마을금고와 신협도 합병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등 물 밑에서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PF 등으로 위기에 빠진 상호저축은행도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 2금융권의 경우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본 뒤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 비판도 =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비판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은행들을 상대로 불합리한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하는 것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역할이지만 ‘짝 짓기’ 등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울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지금 상황에서 짝짓기 발언이 나온 배경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재는 시장과의 교감을 통해 적절한 관치(?)를 통해 시장을 리드하고 통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칫 과도한 발언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과 정부 간의 신뢰가 현재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건설업체들이 대주단 가입을 꺼려 하는 것도 한편에서 보면 정부와 시장 간의 신뢰 부족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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