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편견의 색안경 벗으면 "우리는 하나"

국가인권위 기획영화 '다섯개의 시선' 13일 개봉




주변에서 놀림받는 다운증후군 소녀, 편견 덩어리에 사로잡힌 바보 같은 사내, 방황하는 탈북자 청소년, 길바닥에서 숨을 거둔 중국동포…. 그리고 2006년 1월의 대한민국. 요란하진 않지만 묘한 울림을 전하는 영화 한 편이 13일 개봉한다. ‘여섯개의 시선’(2003년)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두 번째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이다. 영화는 전작 ‘여섯개의 시선’처럼 서로 다른 5명의 감독이 만든 20분짜리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 류승완, 장진 감독 등 충무로의 재기발랄한 흥행감독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에서 묵직함의 진수를 선사한 김동원 감독,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까지 영화에 참여했다. 국가기관에서 기획한 영화답지 않게 이들의 작지만 묘한 울림을 가진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웃음보를 터뜨리지만 그 뒤엔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눈물 어린 이야기가 잔잔히 펼쳐진다. 웃음은 두번째와 네번째 이야기가 압권이다. 류승완 감독의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는 편견 하나로 세상을 삐뚤게 바라보는, 그러다 정작 자신의 친구들로부터까지 손가락질 받는 불쌍한 사내의 술취한 이야기. 고졸 친구, 동성애자 친구를 옆에 두고 학교 얘기와 동성애 혐오를 푸념하고 술집을 찾은 동남아 노동자에게 “우리나라에서 꺼지라”고 술주정한다. 장진 감독의 ‘고마운 사람’은 운동권 학생과 고문관을 내세우면서 정작 비정규직 문제라는 다소 ‘엉뚱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운동권 학생을 고문하는 경찰이 실은 계약직이었던 것. 장 감독의 전작에서 보여줬던 재기발랄함이 펄펄 살아 뛴다. 세번째 작품인 정지우 감독의 ‘배낭을 멘 소년’과 마지막편 김동원 감독의 ‘종로, 겨울’은 잔잔함으로 묘한 울림을 전하는 걸작. ‘배낭을…’ 속 주인공은 탈북자 소년소녀. 배고픔을 피해, 자유를 찾아 남한에 건너 왔지만 남한 친구들은 인육을 먹어봤냐, 사람 죽는 거 봤냐고만 물어본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사장은 탈북자라 만만히 보고 알량한 급료마저 깎는다. 소년은 남한 아이들보다 잘 하는 거라곤 오토바이 타는 것밖에 없다. 그런 소년에게 소녀는 말한다. “오토바이 천천히 타십시오. 고향엔 가야지…” ‘인권영화‘ ‘국가기획영화’라는 영화는 깊은 시선을 간직한 채 영화로서의 작품성과 재미를 놓지 않는다. 옴니버스 장르의 한계로 각각의 독립된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건 작은 흠. 영화가 건네는 메시지는 ‘이방인’ 하나로 간추려진다.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무심한 시선. 상처받는 영혼들에게 작은 위안을, 혹은 상처주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되돌아볼 시간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제 몫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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