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압구정동 성형 일번가의 어두운 그림자

'한집 걸러 하나씩' 의료사고 불구 '쉬쉬'<br>대부분 수억대 금전적 합의로 조용히 끝내 <br>마취 부작용, 임상 경험 부족이 원인

경기가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면서 압구정동 성형 일번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연말께부터 환자가 증가하면서 유명 성형외과들의 경우 한달 여 예약이 밀려있다. 하지만 이처럼 밝은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늘어나는 수술횟수 만큼 의료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의료사고 `한 집 걸러 하나씩'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 같은 의료사고가 `한 집 걸러 하나씩'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귀띔한다. 아주 최근에 발생한 의료사고만 해도 상당수다. 하지만 이들 사고 대부분이 일반인들은 물론 언론에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A, B 성형외과에서는 안면 주름 수술을 받다가 환자가 마취 쇼크로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C 성형외과에서는 안면윤곽술을 받은 환자가 안면신경마비 장애를 겪기도 했다. 심지어는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D 성형외과에서는 안면윤곽술 후 환자가 숨졌으며 E 성형외과에서는 지방흡입술도중에 마취 쇼크로 환자가 사망했다. 최근 대전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술을 받던 환자가 숨진 것과 비슷한 사고다. 이 때문에 H 성형외과처럼 의료 사고 이후 의기소침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아예 병원명과 간판을 새로 달고 새출발한 경우도 있었다. ■ 대부분 수억원대 금전적 합의로 조용히 끝내 성형수술의 특성상 사고가 나도 환자 가족들은 사망소식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않고 병원도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금전적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의료사고는 이보다 훨씬 빈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형 수술로 인한 합의금액은 보통 수억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성형수술을일부 특권층의 사치스런 호사로 바라보는 시각이 압도적이어서 곧장 사회적 이슈로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료사고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집도한 의사에게도 심한 후유증을 남긴다. 만약 서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사인을 밝혀내기 위한 부검 및 고소, 고발로 인한 법적 분쟁은 물론, 협상 과정 중에 물리적 위협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사고를 낸 E 성형외과는 환자 가족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병원 앞에서 2주일 넘게 피켓 시위를 벌여 병원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고를 경험한 전문의는 "최근에는 환자 가족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려고 사전에 브로커와 상의하는 등 치밀한 조직행동과 위협을 서슴지 않아 공포감과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낀다"고 토로했다. ■ 의료사고 왜 발생하나 성형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의 절반 이상은 마취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수술 유형별로는 턱 선과 광대뼈를 갸름하게 다듬는 `안면윤곽술'과 `지방흡입술'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많다. 이 두 수술은 성형 수술 중에도 대수술로 꼽혀 의사의 수술 숙련도가 떨어지면 과다출혈, 장기 손상, 색전증 등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간편한 성형수술이 유행하면서 환자의 병력 검사에 소홀한 것도 문제다. F 성형외과에서는 간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수술 한 후 간질 발작이 나타나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으며 G 성형외과에서는 유전적 질환이 있는 환자를 수술했다가 마취 쇼크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에 대전에서 사망한 환자의 경우처럼 정확한 이론 학습과 임상경험이 부족한 비전공자들의 성형수술이 부쩍 늘어난 것 역시 성형수술 사고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성형사고 대책 없나 성형수술의 필수적 절차인 마취에 대해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마취 사고가 잦은 것은 마취과 전문의가 해야 할 전신, 정맥마취 등을 의사 본인이나 간호사가 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에 맞는 마취와 응급상황에 대처하자면 마취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개원가에서는 마취과 전문의를 상주시키고 있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여서 마취 부작용 사고를 방치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개원의는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데주력하고 큰 수술은 응급시설이 갖춰진 인근 종합병원의 수술실에서 개원의가 직접하는 `어텐딩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는 "성형외과에서 제대로 수술을 하려면 합병증을 미리 예방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처치할 수 있는 능력과 장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얼굴 수술의 경우 마취에서 회복되는 단계에서 마취과 의사가 충분히 참여하지 못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개원가와 종합병원 사이에 `어텐팅시스템'이 도입돼 있어 의료사고를 미연에 막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마취과 전문의를 상주시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 개원가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도 이 같은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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