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후배는 이리저리 병원 옮기는데 한곳에 머무를 수 있다면 또 다른 행운이며 행복이지요.” 한센병 환자 치료에 평생을 바쳐온 김인권(56) 여수 애양병원 원장이 7일 보건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다. 전남 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애양병원. 김 원장은 올해로 23년째 이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가 한센병 환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0년. 한센병 환자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군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입대 전 결혼한 부인(50)까지 데리고 소록도에서 근무한 김 원장은 제대 뒤인 83년 5월 국내 최초의 한센병 치료기관인 애양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부임해 95년부터 원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당시 김 원장은 모교인 서울대 의대가 제의한 교수직까지 물리쳤다. 김 원장은 6일 “사회가 변하면서 환자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며 “의사는 그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한센병 전문병원에서 노인요양원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며 “기존 장애인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며 해외 의료봉사 활동은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의사 8명에 98병상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여수 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음에도 애양병원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김 원장의 의술 못지않게 환자와 동료 직원에 대한 넉넉한 웃음과 한없는 배려 때문. 이 병원에는 하루 평균 500여명의 환자들이 다녀가고 현재 88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무료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만도 2,300명이 고관절과 슬관절의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받았다. 김 원장은 매달 250여건의 수술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원장은 8년째 중국 옌볜(延邊)을 찾아 고관절 환자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50여명의 환자들이 김 원장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처럼 평생 인술을 펼쳐온 그는 2004년 서울대 의대 동창회가 참의사의 도리를 널리 일깨운 장기려 박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장기려 의도상(醫道賞)’ 1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