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에 봉착한 서구 "성장의 욕망 버려라"

성장의 종말 마인하르트 미겔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br>저출산·고령화로 '서구 우위시대' 이미 끝나<br>물질보다 사람 중심의 복지 정책 필요한 때


서구의 성장 속도가 늦춰지면서 9.11 테러, 이라크 전쟁, CPE(최초고용계약) 반대 폭력시위 등 세계 곳곳에서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미래에도 세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을 정신적으로 성숙시킬 수 있는 복지 정책을 통해 연대감을 높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9ㆍ11테러, 이라크전쟁, CPE(최초고용계약) 반대 폭력시위와 노동자 파업.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의 뒷편에는 서구의 성장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수백년간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적ㆍ산업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서구 성장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그 부작용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 논리가 성립되려면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서구의 많은 나라들은 이미 저출산과 노령화로 성장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더구나 서구의 주도권을 따라 잡으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제력은 위협적인 존재로 변했다. 그뿐 아니다. 군비, 테러, 마약퇴치 등을 위한 비용과 재산권 보호를 위한 비용 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위치를 고수해 왔던 서구가 위기에 봉착했다. 독일 본의 경제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20세기 초반 인구수로 세계의 으뜸이 됐던 유럽이 앞으로 40년 안에 소수민족으로 위축되고 말 것이다”라며 서구가 우위를 차지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한다.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가 폭풍처럼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유럽 등 서구지역은 인구의 노령화로 더딘 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책은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서구인들이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하는 이유를 최근 벌어지고 있는 테러, 마약, 전쟁 등을 예로 들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의 속도는 빠르며 높은 복지 수준에 이르렀지만, 사회적 결속력이 약해진 민족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로만 치닫는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포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 내의 긴장감이 폭발하지 않도록 개인이 연습해야 하고, 국민과 지역 사이의 긴장감이 파괴적인 수준에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집단적으로 ‘버림의 미학’을 즐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미래의 복지는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며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인간의 삶의 의미가 물질적인 재화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 간 연대의식 회복도 먼저 앞서야 한다. 미래에는 새로운 차원의 복지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물질적인 부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성장의 시대를 벗어나 겪게 되는 사회적 위기는 서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서구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지형학적인 특징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구의 경제모델을 도입한 자본주의 국가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정치ㆍ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적인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2030년이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서구가 맞닥뜨린 위기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서구식 발전모델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요즈음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미옥 역.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