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淸건국은 벤처기업의 글로벌 성공기”

글로벌 CEO 누르하치 (전경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BR>정복대상 明철저한 벤치마킹 전략이 승리비결<BR>누르하치의 유연한 정책도 성공적 M&A 사례


변방의 일개 부족장이었던 누르하치(사진 위쪽)는 정복대상이였던 명나라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제 몸집의 20여배나 달하는 명나라를 멸하고 중원의 지배자로 우뚝 선다. 청나라의 건륭제가 꾸민 이화원 전경(아래).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전 세계 국가의 위협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다가온 중국.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전 세계 글로벌 회사들이 넘어서야 할 신천지이자 야심의 땅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그룹은 물론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손 아귀에 넣으려고 그야말로 안달이다. 하지만 역사가 설명해 주듯 중국이 이방 민족에게 자신의 땅덩어리를 순순히 내 준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꿈을 꾸는 자에게 넘어서지 못할 장벽은 없는 법. 몽골의 징기스칸과 여진족의 누르하치(1559~1626)는 대륙 정벌의 꿈을 현실로 옮기며 중국시장 정벌의 모범을 보여줬다. 특히 변변한 문화조차 갖지 못한 여진족의 자손이었던 누르하치가 거대한 명나라를 흡수 병합하며 300년이나 중국 대륙을 지배한 청 나라를 일으키는 과정은 오늘날 중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눈 앞에 둔 우리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마흔으로 산다는 것’ 등을 비롯해 몇 권의 자기계발서와 경영관련 저작물을 내 놓았던 전영일씨의 최신작 ‘글로벌 CEO 누르하치’는 이런 점에서 주목을 받을만하다. 400여년전 변방의 일개 부족장이었던 누르하치는 중국대륙 정벌이라는 글로벌 정신으로 무장해 마침내 제 몸집의 20여배나 달하는 강대국 명을 멸하고 중원의 지배자로 우뚝 선다. 1583년 명나라 군사에 쫓겨 백두산에 숨어 들어야 했던 일개 오랑캐 젊은이가 13명의 기병만으로 어떻게 대륙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단 말인가. 저자는 여진족 특유의 기동력과 지략을 바탕으로 중국 대륙을 인수한 청 왕조의 태동 과정을 비전과 꿈을 실현시킨 벤처 기업의 글로벌 성공기에 비유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글로벌 M&A를 성공시킨 CEO로 분장한 누르하치다. 1559년 여진 부족의 하나인 건주 여진의 한 부장 집안에서 태어난 누르하치의 어린 시절은 참담했다. 명나라 장군 이성량 집안의 노비였던 그는 친명파였던 할아버지 교창가와 아버지 다끄시가 명나라의 작전 착오로 피살되자 명나라 정벌의 야망을 품게된다. 아버지가 남긴 13벌의 갑옷과 13명의 기병으로 군사를 일으킨 누르하치는 1589년에는 건주여진을 통일한 뒤 1618년에는 명나라가 범한 7가지 죄상을 들춰내며 ‘7대한(大恨)’을 공표하고 명과 본격적인 개전을 선언한다. 이듬해 요양성 북동쪽 사르후에서 명나라 군사와 혈전을 벌여 여진 군사 200명의 희생만으로 명군 4만6,000명을 전사시키는 대승을 올려 사실상 명운이 다한 명왕조에 결정타를 먹인다. 1625년 심양(瀋陽)으로 천도한 누르하치는 국호를 대청(大淸)으로 하고 300여년 청나라 역사의 서막을 올린다. 과연 누르하치의 글로벌 M&A 성공 비결을 무엇일까. 기업으로 따지자면 GE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거대 글로벌 기업이었던 명나라를 일개 중소 기업 덩치에 불과한 누르하치가 집어 삼키는 데는 숱한 사연이 따르지만 저자는 정벌과 제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복 대상인 명나라를 철처하게 벤치 마킹한 전략을 승리 비결 첫 손으로 꼽았다. 극복대상인 중국의 역사ㆍ정치ㆍ경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면서 임진왜란으로 기력이 빠진 조선과 퇴락하고 있는 명왕조 등 힘의 패권이 이동하는 것에 항시 안테나를 곤두세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제휴하지 못할 대상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유연한 태도도 승리의 동력으로 꼽힌다. 명의 마지막 임금인 숭정제를 자살하게 만든 농민군 이자성의 군대를 물리친 것은 여진족이 아니라 다름아닌 한인이었다. 명나라가 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의 벤치마킹이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훗날 오삼계 등이 반청 기치를 들고 반란을 도모했을 때 이들은 민심을 얻지 못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 내부의 마음을 얻는 것은 그 자체로 동력을 얻은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언제나 승리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내부 고객의 마음을 얻는데 있다.” 이민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누르하치가 취했던 인종편입정책과 과감한 한족 유화책 등은 현대 기업의 성공적인 M&A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모범답안과 흡사하다. 적어도 21세기 중국을 도마 위에 올린 기업인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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