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략적 태도 버리고 계류 민생법안 처리하라"
[정치가 잘돼야 경제가 산다] (중) 경제회생 타이밍 잡아라
우리경제는 지금 몹시 위태롭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사태'로 내수기반이 무너져 나라 경제가 불투명한데다 미 대선결과의 혼미로 미 증시까지 폭락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증시가 동조화로 맥을 잃어버려 경제회복 엔진이 꺼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야 정치권은 '선(先)동의 후(後)국조'방식으로 2차 공적자금 40조원을 추가조성하자고 해 놓고서도 다시 정쟁의 볼모로 삼으며 처리에 시간만 끌고 있다.
검찰총장 탄핵소추안도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꼴사나운 '정쟁' 이상이 아니다. 여야는 지금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당리당략에 따라 공적자금을 먼저 조성하느냐 마느냐, 검찰총장을 탄핵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14일 "적어도 경제문제 만큼은 여야가 정략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이러다간 경제회생의 기회를 영영 놓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9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영수회담 직후 추경예산안, 금융지주회사법 등 각종 개혁민생법안이 가까스로 여야 합의 처리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부처 실무자들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결국 경제회생에 있어 처방의 '타이밍'은 중요함에도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정쟁으로 날을 지새다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한 적이 여러 번이다.
지금도 국회에는 소득세법, 조세특례법, 전력산업구조개편법 등 계류중인 민생ㆍ개혁법안이 수두룩하다. 모두가 민생과 구조개혁에 직결되는 법안들이다. 여야 정쟁으로 시간만 끌다 여론에 밀려 처리되더라도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논리로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여야 의원들을 막론하고 개혁대상 기업들에 대한 막무가내식 지역주의, 정치논리를 내세우며 시장논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에 제기된 얘기는 아니다.
정치권이 바꿔야 할게 또 있다.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 등에서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 개인적인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쟁을 유도, 정치권을 혼란에 빠지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세계 주요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정치가의 경쟁력을 매긴 결과가 국내 민간연구소인 산업정책연구원(ISP)에서 발표돼 눈길을 끈적이 있다.
ISP는 이 발표에서 "기업가들의 경쟁력이 비교적 상위권인데 비해 정치가들의 경쟁력은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계 64개국 중 우리나라 정치인의 경쟁력은 27위로 싱가폴(1위), 홍콩(5위) 등 아시아 경쟁국들 보다도 크게 낮게 나온 것이다.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출 시점에 정치권도 스스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경쟁력을 갖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경제위기론'을 더 이상 가설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우처리처럼 실기로 인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붇는 우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홍길기자
입력시간 2000/11/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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