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그동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던 손길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을 병행하게 됨에 따라 최태원 SK㈜ 회장의 역할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지난 98년 고 최종현 SK회장의 타개이후 `손길승-최태원 2톱시스템` 형태로 무게중심을 잡아오던 SK의 그룹 운영이 서서히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원톱체제`로 옮아가기 시작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SK가 야심차게 진행하는 중국사업 등에서 손 회장의 안목과 남보다 한발앞서 길목을 잡아내는 탁견 등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그룹내 역할이 급속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차기정부의 정책 방향이 아직은 재벌개혁에 대한 규제강도를 약화시킬 조짐을 보이지 않아 최 회장이 원톱으로 전면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손 회장은 지난 65년 평사원으로 SK(당시 선경직물)에 입사한 후 SK그룹 경영기획실장, 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며, 고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98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손회장은 경륜이 부족했던 최태원 SK㈜ 회장의 `후견인`격으로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최태원 회장이) 자리를 잡기까지 1~2년 정도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회장은 자의반 타의반 회장직을 수행하는 기간이 연장돼 현재에 이르렀다.
SK 관계자는 앞으로의 그룹 변화와 관련해 “손 회장이 중국사업에 있어 절대적이라 할 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 회장 또한 많은 경영수업을 쌓아 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지금 당장 최 회장 중심으로 그룹 운영방식을 전환해도 큰 무리가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 해도 SK는 아직 정ㆍ관계에 걸친 폭넓은 인맥과 SK의 21세기 중점사업인 중국진출에 대한 남다른 안목 등 손 회장의 특장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편 손 회장이 재계의 수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 분명해진 만큼 40~50대의 젊은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에는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40) SK텔레콤 부사장, 사촌형인 최신원(51) SKC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41) SK글로벌 부사장 등이 포진해 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