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4일] 캠코의 주먹구구식 일처리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인수 협상을 담당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동국제강은 캠코에 쌍용건설 인수에 대한 세번째 최종가격 협상시한 연장을 요구했다. 김영철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우니 5영업일간 여유를 달라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관련업계는 2차례 명문화된 협상시한 연장권을 모두 사용한 동국제강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평가했고 어떻게든 인수 협상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랐던 쌍용건설 측은 “황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동국제강의 추가 연장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캠코의 한 관계자는 “(규정과 관계없이) 협상을 하다 보면 쌍방 간의 협의에 의해 융통성 있게 기간을 늘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계약 규정에도 무한정 협상기간을 연장해도 되도록 명시돼 있다”고 해명했다. 애초에 만들어뒀던 협상시한 연장 제한이 무의미한 것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동국제강이 이미 납입한 입찰보증금 231억원의 경우 아직까지 명확히 정해진 사용처가 없다. 캠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돌발변수를 어떻게 일일이 명문화된 규정을 만들어놓겠느냐”며 “지금부터 채권단과 법률적 협의를 통해 돈이 어떻게 분배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몇 달 전부터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돼왔다. 요즘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만 귀가 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시나리오를 캠코만 미처 몰랐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 캠코는 짐작할 만한 결과에 대해 수수방관한 채 대책조차 세우지 않은 셈이다. 동국제강은 협상시한 1년간 유예라는 카드를 내밀면서 사실상 쌍용건설 인수 포기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합의만 되면 무한정 협상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캠코 측 주장에 ‘화답’한 셈이다. 인수 협상이 이렇게 파행으로 치닫는 동안 중간에 끼인 쌍용건설만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건설업계가 최악의 침체에 빠져 든 가운데 일련의 사태로 브랜드 가치만 하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자산 가치를 성실히 관리하는 게 캠코의 업무가 맞다면 정말 이래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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