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잡음이요? 우리는 잡음을 낼 공천 신청자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5.31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으나 아직 변변한 후보조차 찾지 못하고있는 취약지역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각 당의 당직자들이 자주 내뱉는 푸념이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반영하는 이 같은 인물난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민중심당이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는 충청권과 비교적 지역색이 옅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외부인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다른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를 영입하는 이른바 '이삭줍기'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 =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역할을 해온 부산과 대구, 경남.북 지역은 한나라당에만 공천 신청자가 몰릴 뿐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의 경우 8명의 기초단체장과 24명의 광역의원을 선출할 예정이지만 우리당 공천 신청자는 각각 3명과 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당은 23명의 기초단체장과 25명의 도의원을 뽑는 경북에서도 4~5명의 후보자만 찾아놓고 있으며 101개 기초의원 선거구는 절반이상을 비워두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중심당은 설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우리당의 공천 경쟁률은 2차 모집에도 불구하고 평균 0.5대 1에 그쳤고, 민노당도 16명을 선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1명의 후보만 내기로 했다.
우리당은 경남에서도 20개 기초단체중 7곳의 단체장 출마 희망자를 찾지 못했고,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공천 경쟁률도 각각 0.2대1과 0.3대1에 불과해 한나라당 공천탈락자까지 영입대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민노당도 12~13개 기초단체에는 단체장 후보가 없고, 지방의원 후보 공천도 전체 정원의 10~2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대결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울산에서는 우리당이 시장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 2곳의 단체장 후보가 나서지 않고 있어 고심중이다.
◇호남 = 우리당과 민주당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와 전남.북에서는 한나라당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진 형국이다.
지난달초까지 2차례에 걸쳐 공천신청을 받았으나 전남지사와 목포시장, 목포시의원, 완도군수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 4명을 제외하고는 신청자가 없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또 조만간 3차 공모에 들어가는 한편 외부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있으나 상황이 크게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내기 보다는 두자릿수 지지율 확보에 총력전을 편다는 전략이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전북에서 겪는 인물난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말까지 2차례에 걸쳐 후보자를 공개모집했으나 도내 16개 기초단체중 단체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밝힌 곳은 군산과 익산뿐이다.
특히 38명을 뽑는 도의원 선거와 197명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에는 단 한명도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어 지역주의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강원.제주 =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강원에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정당에서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중심당은 강원지사 후보공천을 사실상 포기했고, 우리당도 마땅한 지사후보가 나서지 않아 선거구도를 짜는 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또 민노당은 17명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고작 4명의 후보를 내기로 했고,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공천신청 서류조차 가져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보수적인 성향과 진보적인 성향이 혼재해 있는 제주의 경우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비교적 두터운 후보층을 확보하고 있으나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중심당은 제주지사 후보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