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3수 연타는 면했지만

제9보(121~138)



흑이 먼저 따내는 패라고 읽은 이세돌의 수읽기는 정확한 것이었다. 이 큰 패에 필적하는 팻감이 없다고 읽은 것 역시 맞는 수읽기였다. 그러나 실전의 진행은 그가 읽은 그 코스로 나타나지 않았다. 박영훈이 슬그머니 수순을 바꾸어 버린 것이었다.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수순 바꾸기. 여기에 천하제일 고수 이세돌이 꼼짝 못하고 당했으니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백30까지만 수를 메워놓고 흑이 31로 따낼 때 더 이상 수졸임을 하지 않은 것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그냥 실전보의 백32로 흑의 응수를 물은 것이 박영훈의 승착이었다. 여기서 이세돌의 손이 얼어붙었다. 참고도1의 흑1로 패를 따내면 백은 무조건 백2로 젖힐 것이다. 아직 패가 완결된 것이 아니므로 흑은 3으로 따내야 하는데 그때 백은 4로 몰아버린다. 흑이 대마를 잡았지만 백은 그 보상으로 하변에 3수를 연타하는 혁혁한 전과를 얻어낸다. 상식적으로는 2수 연타가 패의 양상인데 박영훈은 3수연타를 엮어낸 것이다. 이 코스는 백이 무조건 유망하다. 고민하던 이세돌은 일단 흑33으로 받았다. 박영훈은 다시 한번 백34로 버티었고 흑은 35로 받아주었고…. 비로소 백36으로 수를 조이고 38로 몰았다. 흑은 이제 무조건 대마를 따내야 한다. 3수 연타는 연출되지 않았으나 백은 하변에서 충분한 보상을 얻어내게 되었다. 최철한은 백34로 아예 참고도2의 백1에 젖혔으면 결과가 더 나았다고 주장했다. 백5,7로 진행된 이후에 A의 자리까지 백의 권리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 하지만 실전의 진행으로도 백은 아무 불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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