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글과 한글날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559돌 한글날을 맞아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가 공동 수여하는 `우리 말글 지킴이'에 송귀현(51ㆍ전주시 덕진동) 전북학원총연합회장이 선정됐다. 송 회장은 고교에 다니던 지난 70년대 초 지도교사였던 박병순(시조시인)씨의 도움으로 동급생 5명과 함께 `가나다 모임'을 만들어 30년 넘게 우리말 사용운동을 전개한 공로로 한글날인 9일 상을 받는다. 그가 한글에 대한 애정을 싹 틔운 것은 한의원을 운영하던 부친의 영향과 한자나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던 당시의 상황 때문. `갈근(葛根ㆍ칡뿌리)'이나 `진피(陳皮ㆍ귤껍질)' 등 한자로 된 한약재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하다 작고한 부친의 뜻을 받들기로 결심한 그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동급생들을 만날 때마다 한자나 일본어 사용의 자제를 호소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74년 한글학회를 찾아 당시 허웅(한글학회 전 이사장) 서울대교수에게 지원을 요청, 지역민에게 한글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 등을 폈다. 또 한자로 된 문패를 한글로 바꿔 달아주거나 표기가 틀린 업소의 간판을 고쳐주는 등 실생활에서 우리 말 사용을 확산시켰고 토박이말 발굴과 세종대왕의 얼 살리기 운동 등을 뿌리내렸다. 딸의 이름도 큰 주체성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한나(23ㆍ전북대 국문학과)라고 지었다. 그는 "우리의 말과 글에는 얼이 담겨있는데 요즘 젊은 세대가 국적불명의 언어를 쓰거나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