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갈등의 시대와 데리다의 '입장 바꾸기'

우승호 증권부 기자

[기자의 눈] 갈등의 시대와 데리다의 '입장 바꾸기' 우승호 증권부 기자 우승호 증권부 기자 #상황1.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고교등급제와 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싸고 사회갈등이 확산되고 있고 국가보안법ㆍ과거사진상규명법ㆍ언론관계법ㆍ사립학교법 등 4대 개혁법안의 입법을 앞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2. 하루에 200곳이 넘는 단체가 서울시내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다. 진보와 보수, 수도권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서로 다른 쌍들은 갈등을 풀기보다는 각자의 몫을 챙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툼의 뿌리는 갈등에 있지만 갈등의 씨앗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에 있다. 한 입장만 고수하면 사고가 경직되고 사회제도도 경직된다. 그 끝은 사회적 폭력으로 분출된다. 이라크 전쟁도 그렇고 집회가 폭력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그렇다. 오늘도 400쌍의 부부는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풀기보다는 관계를 끊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프랑스가 배출한 사상계의 거목인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지난 9일(현지시간) 7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평생 동안 ‘차이가 동일성에 앞선다’는 말로 ‘입장 바꾸기’를 주장해왔다. 자기 입장만을 강요하는 동일성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입장 바꾸기를 실천해야만 인류의 평화와 개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역설이다. 이는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달라도 이를 인정해주는 프랑스의 보편적 가치인 이른바 ‘톨레랑스’와 맥락이 닿아 있다. 데리다는 노무현 대통령 같은 지도자에게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맞게 각각의 차이를 포용하고 조화해나가는 노력과 통솔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우리 선조들도 생활 속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천해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았다. ‘상대방을 한번 더 생각하자’는 데리다의 외침이 절실하게 와닿는 것은 기자만의 간절함일까. 입력시간 : 2004-10-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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