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휴가도 '빈익빈 부익부'

고속도 통행량 증가율 IMF이후 최저…해외출국자수 7월 113만명 사상최대

회사원 김모씨(36)는 올 여름 휴가(8월2~8일)기간 내내 서울 집에서 보냈다. 그가 ‘방콕족’이 된 것은 승용차 기름값 부담이 만만찮은데다 동해안 등 피서지가 워낙 북적대 차라리 한강 변 수영장을 이용하고 집 가까운 곳의 영화관을 찾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불황은 10년만의 폭염이 찾아온 올 여름 휴가철 풍속도까지 바꿔버렸다. 그러나 알뜰 휴가가 늘어났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해외 여행객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여름 휴가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했다. 17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휴가철 특별수송기간(7월16~8월8일)중 고속도로를 빠져나간 차 량은 일 평균 307만대로 지난해 298만대에 비해 2.1%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궁내동과 동서울 등 수도권 4개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차량도 일평균 29만2,270대로 지난해 특별수송기간에 비해 2.3%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다소 늘긴 했으나 10년만의 폭염이 전국에 내려 쬐고 올들어 3개 고속도로의 체증구간이 확장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고속도로 통행량 증가율은 의외라는 지적이다.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무더위와 휴가철 고속도로 통행량은 대체로 비례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통행량 증가가 미미했다”며 “아무래도 기름값 부담과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특히 해마다 빈방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던 설악ㆍ동해안권 콘도미니엄은 휴가 피크기인 7월말~8월초 사이를 제외하고 객실이 비는 기현상까지 생겼다. 반대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둔치 7개 수영장 입장객 수는 특별수송기간 중 지난해 보다 무려 39%가 증가한 25만3,216명에 달해 가마솥 더위를 가까운 곳에서 알뜰하게 보내려는 실속형 휴가 풍속도를 반영했다. 이에 비해 해외에서 피서를 즐기려는 출국자수는 불황에 아랑곳없이 인천공항 개항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중 해외를 떠난 출국자수는 113만9,223만명으로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으로 110만명을 돌파했다. 7월 출국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증가한 것이며, 8월 들어 10일까지 출국자수도 일평균 4만900명으로 지난해의 3만4,700명보다 17% 늘어났다. 솔빛여행사의 오원기사장은 “불경기라고 하지만 고소득층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크게 늘었다” 며 “여행업계는 순수하게 해외로 놀러 간 여행객만도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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