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는 줄어든 수입 만큼을 다른 데서 벌어야 하는데.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에게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제니 브라운 션(37) 부부는 경기 침체로 초과근무 수당이 줄어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임시 판매직을 찾아 나섰다. 여러 곳에 원서를 냈지만 그들에게 연락을 주는 곳을 아직 없다.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9월 26년 만에 최고인 9.8%를 기록하며 갈수록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진 가운데, 그나마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연말 임시 판매직마저 낙타 바늘구멍이 돼 버렸다. 미국 경제가 바닥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과거 연말 대목을 맞아 넘쳐났던 일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고용 정보업체인 헤이그룹은 올 연말 소매 판매 업체들의 임시직 채용 규모가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대목(10월에서 12월 사이) 소매 판매 업체의 신규 고용은 예년(72만 1,000명)의 절반 수준인 38만4,000명에 불과했다. CNN머니는 소매 판매업체들의 62%에서 구직자들이 지난해 증가했지만 40%의 유통업체는 오히려 채용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형 할인점인 타깃 은 올해 임시직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타깃은 지난해 6만 2,000명을 고용했지만 올해에는 기존 정규직 종사자들이 이직하지 않고 있는데다, 초과 근무를 자청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이시스나 토이저러스 등은 신규 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베스트바이 등 몇몇 업체는 작년보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CNN머니는 "올 연말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난다면 이는 지난해 고용 시장이 워낙 나빴기 때문일 것"이라며 바닥 탈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0개월 만에 가장 적게 나타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전반적인 고용시장이 여전히 어둡다. 실제 미국의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제임스 블라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실업률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두 자릿수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실업률이 내년 2월에 10.2%까지 올라 정점을 칠 것으로 전망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역시 "미국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뒤 당분간 10%선이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무디스 이코노미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잔디는 "실업률이 내년 여름 10.5%까지 상승하고, 이후 4년간 8%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사회 안전망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때문에 실직 상태가 길어질 경우 낙오자로 전락하기 쉽다. 그나마 한시적으로 내놓은 실업자 구제대책 또한 대두분 올해 말이면 끝나 완충 장치 또한 사라질 상황이다. 특히 65세 미만의 61.9%가 자신이나 가족들이 다니는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실업자 증가는 곧바로 의료 무보험 인구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보험 소비자모임인 패밀리스USA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의료 무보험 층이 400만 명이 증가해 전체 의료 무보험 인구는 5,00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