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독립성 반드시 확보돼야" 3년 임기 마치고 떠나는 노성대 방송위원장행정부 산하기구로 될 땐 방송 독립성만 훼손시킬 것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방송·통신 새로운 틀 필요 이상훈기자 flat@sed.co.kr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신설될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외형은 현재와 같은 위원회라는 합의제 조직, 내용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지난 2000년 방송위를 합의제 독립기관으로 출범시켜야 됐던 사회정신 바로 그 초심을 상기해야 될 때입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날 채비중인 노성대(66ㆍ사진) 방송위원장은 “방송위의 독립성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열망과 열정이 배출한 결과물“이라며 “방송ㆍ통신 융합시대에 맞춰 이뤄지고 있는 정부기구 개편에서도 이 철학은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며 말문을 텄다. 마지막 공식 인터뷰를 서울경제신문과 갖게 된 노 위원장은 “숙제를 다 못하고 가는 기분”이라며 “방송사도 이젠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외부환경을 맞아 민첩하게 변해야 한다”며 독과점에 안주해왔던 국내 방송산업의 변화도 주문했다. 노 위원장은 지난 9일로 3년 공식 임기가 끝났지만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3기 방송위원 선임이 늦춰지면서 현재 ‘가교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각종 현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 갈등을 빚었던 지상파 디지털TV(DTV) 전환방식을 이해 당사자간 합의로 미국식으로 결정했고, 힘겨루기까지 나섰던 뉴미디어 매체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등 채널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SBS, 경인방송(iTV)에서 했던 것처럼 형식적이었던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강화해 방송이 평상시에 공적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강제한 것도 제대로 했던 일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일은 뭔지요. 아쉬웠던 일도 있을 텐데요. ▦단연 지난해 5월 1일자로 시작했던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12월 1일자로 도입됐던 지상파DMB입니다. DMB는 방ㆍ통 융합의 실질적 첫 사례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방송사의 한 획을 그었던 사건입니다. 다만 방송ㆍ통신 구조개편 논의를 마무리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총리실에서 내년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방송위원회의 ‘방송영역’과 정보통신부의 ‘통신영역’을 합해서 방송통신위원회로 단일화하기 위한 구조개편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니 3기 위원회에서는 꼭 결실을 거뒀으면 합니다. -9명의 방송위원들 대부분이 지상파 방송사 출신이라서 방송정책이 지나치게 지상파 위주로 편향됐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SBS, 경인방송(iTV)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할 때는 지상파 방송사 후배들이 알만한 선배가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반발하곤 했어요. 군사독재 때는 방송을 활용하기 위해 당신들을 후하게 대해줬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겠다고 후배들을 설득했지요. 반면 케이블TV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들의 진입을 허용해 지금과 같은 발전의 토대를 닦아준 것은 2기 방송위입니다. 모든 매체가 다 방송위 울타리 내에서 감독을 받고 있는데 편향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큰 화두가 방ㆍ통 융합 문제입니다. 방송계와 통신계의 첨예한 갈등은 어떻게 조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통신과 방송을 통한 국민들의 의사소통체계, 즉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크게 변하면서 융합시장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정책방안을 고민할 때가 왔어요. 다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원칙’이라는 잣대로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같은 유선(有線)인 케이블TV는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쪼개서 방송하고 있는데 KT는 단일권역으로 방송한다면 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지요. 합의점을 찾아나갈 국민적 역량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날로그방송 중단시점이 2010년으로 정해졌지만 예상보다 디지털TV전환이 부진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기 방송위가 제시한 디지털방송활성화 정책을 바탕으로 아날로그TV 종료시점과 디지털TV 보급 방안 등을 재논의해야 될 겁니다. 차기 위원회가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 등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숙제를 다 못하고 떠나는 기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떤 형태가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직무 독립성이 반드시 확보된 합의제 조직이 돼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정보통신부나 문화관광부 등 행정부 내 독임제 부처에게 정책권을 부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들 부처의 산하 규제집행기구로 위상을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어렵게 마련한 방송의 독립성만 훼손되고 말 겁니다. 방송위가 돈 되는 걸 쫓아버리고 고고한 도덕만 강조한다는 오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DMB 도입 등에 있어서 방송위도 부여받은 조직의 철학과 권한 내에서 누구 못지 않게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합니다. -방송위가 정권의 ‘방송 길들이기’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 있는데요. ▦하나만 물읍시다. 야당이 추천한 방송위원들도 정권에 맞춰 방송 길들이기에 동참할까요? 방송위는 9명의 위원들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명예를 지켜가며 정책을 결정하는 조직입니다. 본인도 기자 출신입니다. 일부 신문과 방송의 대립이 건전한 비판을 넘어 정치적 노선 대립으로 비화되면서 이런 얘기가 유포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3기 방송위원회가 구성되는데요. 차기 방송위에 당부하고 싶으신 얘기는 없는지요. ▦방송정책을 다루는 방송위는 효율성, 생산성만을 따지는 정부부처와 달리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매우 민주적인 결정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방송ㆍ통신 구조개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3기 방송위도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줬으면 합니다. 업무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그간 전체 위원을 동시에 교체했던 ‘일몰제’를 탈피해 2기 방송위원 중 일부를 3기에 잔류 시키는 모델도 고려될 수 있다고 봅니다. 노 위원장은 퇴직 후 학계로 가 후학을 양성할 뜻도 내비치며 TV에 대한 국민적 관점의 변화를 주문하며 자리를 떴다. “우리나라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훌륭한 영상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TV를 끄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좋은 프로그램을 선별해서 봐야 합니다. 제작자들도 그간 오락 기능만 강조해왔던 제작관행에서 탈피해 프로그램에 ‘품격’이라는 정신을 집어넣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위원회란 2000년 통합방송법을 제정해 기존 심의 중심으로 돼 있던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를 통합해 현재 구조의 방송위원회가 탄생했다. 방송사업자 허가, 프로그램 심의, KBSㆍEBSㆍ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인사 선임 등 사실상 방송정책에 관한 전권을 갖고 있다. 위원은 총 9명(상임위원 5명ㆍ비상임위원 4명)이며 임기는 3년. 대통령이 선임한 3인, 국회가 선임한 6인으로 구성된다. 1기(2000년~2003년), 2기(2003~2006년)에 이어 3기 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파역할을 하게 된다. ▦악력 ▦40년 광주생 ▦64년 고려대 상학과 졸ㆍ MBC기자 공채 2기 ▦79년 MBC 보도국 부국장 ▦80년 언론통폐합으로 강제해직 ▦89년 MBC 복직ㆍ해설주간 ▦95년 광주MBC 사장 ▦99년 MBC 대표이사 사장 ▦2003년 5월 방송위원회 위원장 입력시간 : 2006/05/21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