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KO 가입 中企 환율 재급등에 또 '직격탄'

기존 상품 재설계한 기업마저 설정환율 넘어서 엄청난 손실


올 상반기 환율 급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KIKO 상품 가입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 재급등으로 다시 한번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기존 상품을 재설계해 새로 가입한 기업들마저 이번 환율 급등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어 2차 환율 대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중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0원에 육박한 25일, 전자업체 A사의 J사장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일손을 놓고 환율 움직임만 지켜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2ㆍ4분기에만 KIKO로 인해 51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이때 기준 환율은 1,043원 수준이어서 현재의 환율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B사장은 “그동안 해외 수출을 통해 조달한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직원 월급과 각종 경비로 사용했는데 요새는 달러화는 들어오는 대로 놔두고 지난해 상장 등을 통해 조달한 현금과 기존 유보금 등의 원화로 이를 충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신 들어오는 달러화는 그때그때 KIKO 상품 결제용으로 쌓아놓고 있지만 달러화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몰라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S기업 K사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KIKO로 입을 손해를 어느 정도 계산해 준비해왔는데 최근 환율이 다시 급등하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K사장은 “최근 은행 측에 KIKO 손실을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부동산 담보 여력조차 없어 지금은 영업할 의욕도 없고 문 닫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기존 KIKO 상품을 재설계해 새로 가입했는데도 환율이 녹인(knock in) 구간을 넘어갔다”며 “어떻게 정책당국이 이 지경이 될 정도로 놓아둘 수가 있냐”고 비난했다. 환율이 KIKO 상품 약정시 녹인 구간을 넘어서면 계약자인 기업이 시장 환율로 달러를 매입,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녹인 환율 960원으로 KIKO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뒤 최근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녹인 환율을 1,070원으로 정했다. 기존 계약 때 입은 평가손을 새로운 계약에 녹여넣는 방식으로 얼마전 환율이 1,000원대까지 내려갈 때는 좋았지만 이날 환율이 녹인 구간인 1,070원을 넘어가면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 사장은 “녹인 환율을 최대한 올려놓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환율이 폭등할 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더 이상 해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최소한의 방어막을 쳐놓은 기업들도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오는 11월 KIKO 계약이 만료되는 R사는 일단 계약 기간 동안 소요될 달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결해놓았지만 KIKO 이후 아무런 환율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게 걱정이다. 이 회사는 KIKO 가입으로 입을 올해 손실을 모두 41억원으로 전망하고 이에 필요한 달러화를 환율 1,007원에 선물로 잡아놓았다. 이 회사 K사장은 “올해 필요한 달러는 선물로 확보해놓은 만큼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KIKO에 데어서 이후 환율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어 고민”이라고 우려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B사는 수출로 달러화를 벌어들이고 원자재 수입에는 엔화를 쓰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현재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혹시라도 환율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L상무는 “원자재 수입 수요가 큰 회사 입장에서 엔화에 대한 헤지가 절실한데 막상 은행 등 금융권 상품에 엔화 헤지 상품은 전무하다”며 “이러다가 원ㆍ엔 환율만 갑자기 떨어지면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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