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달새 200억달러 매도 "외환보유고 괜찮나"

초기 기선제압등 예상보다 강력한 의지 과시<br>"970원 갈수도…하향 안정 유지할지는 미지수"

“이 정도로 끝내려고 했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다.”(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외환당국이 ‘초전박살 개입’에 나섰다. 9일 6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이달 들어 무려 120억달러 이상을 살포하는 등 초기 기선제압에 사활을 건 것. 지난 2일 재정부와 한은 연합군의 ‘환율전쟁’ 선포 이후 환율이 3일 만에 50원가량 급락해 ‘서전 진압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한달여간 200억달러로 추정되는 등 연일 계속되는 당국의 십자포화에 외환보유고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국 융단폭격, 환율 장중 1,000선 깨져=이날 당국의 매도개입은 전술적으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오전ㆍ점심ㆍ오후에 걸친 3차 공격이 시장에 큰 데미지를 입혔다는 얘기다. 이날 환율은 전날 밤 유가가 급락한데다 역외선물환(NDF) 환율도 1,020원대로 떨어져 전일보다 6원 하락한 1,026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1,029원까지 오르자 당국의 1차 개입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환율은 1,020원 중후반대로 되밀렸다. 거래가 한산한 점심시간,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2차 공세가 감행됐다. 예상치 못한 20억달러가량의 ‘도시락 폭탄’을 터뜨린 것. 환율은 순식간에 998원대로 급전직하했다. 이후 다시 네자릿수로 올라섰으나 장마감 20분을 남겨놓고 당국의 3차 공습이 재개, 시장의 혼을 빼놓았다. 이때도 20억달러가량을 쏟아부어 막판 994원까지 끌어내리기도 했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장 막판 20억~30억달러에 달하는 개입물량이 나오는 등 이날 하루에만 약 60억달러의 매물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개입은 매우 조직적이며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류 팀장은 이 때문에 시장이 무척 당혹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 환율 얼마까지 뺄까=이 같은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할 때 환율의 추가 하락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류 팀장은 “당국이 한번 더 강하게 민다고 보면 세자릿수 복귀는 당연해 보인다”며 “970~980원대로 가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자릿수로 밀릴 수는 있지만 워낙 저가매수 수요가 많아 얼마나 유지시킬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오늘로서 당국의 대규모 개입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선제압을 위해 한두 차례 더 강펀치가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예상했다. 사실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최종구 국장은 “분명한 것은 정부의 환율하향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이라며 “환율하향 안정을 위해 더욱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최 국장은 “세자릿수로 복귀할 경우 다시 의도적으로 올릴 생각도 없다”며 시장의 의구심은 기우라고 전했다. ◇한달여간 200억원 매도개입, 외환보유고 문제 없나=이처럼 당국의 매도개입이 연일 계속되면서 외환보유고가 끄떡없을까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본격적으로 매도개입에 나선 지난 5월 말부터 이날까지 쏟아부은 실탄은 대략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금융시장 연구실장은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사용된다면 최악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무차별적인 달러매도를 지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도 “외환보유고가 크게 축날 경우 국가신인도가 나빠질 수 있다”며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표적이 돼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국장은 “현재 외환보유고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곳간에 실탄이 무한정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우려하지 않을 만큼 충분하고 다양한 방안이 있다”며 “정부도 외환보유고 상태를 보면서 매도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또 “과거 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넘었을 때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2,581억달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보유고에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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