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임금·원재료는 무슨 돈으로…" 中企 '발동동'

■ 中 핫머니 통제 한국기업에 '불똥'<br>선수금 한도 10% 이하로 묶이고 자금 인출시기도 늦어져<br>"이러다 공장 문닫을수도…업계공동 정보수집등 대책 시급"


“농산물 가공을 하려면 농민들과 현금거래를 하면서 원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예수금 한도를 10%로 제한하면 원재료를 무슨 돈으로 사라는 겁니까.” 칭다오(靑島)의 농산물가공업체 M사의 K사장은 핫머니 규제를 위해 단행한 중국 정부의 ‘7ㆍ14 외환거래 규제조치’ 발효 이후에 심각하게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M사의 경우처럼 중국의 초강력 핫머니 규제로 자금줄이 막혀버린 우리 기업들이 적지 않다. 별도의 운영자금 없이 제품을 판 수출대금으로 그 다음달을 준비하는 중소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은 극심하다. 칭다오에서 봉제와 섬유, 이미테이션 주얼리, 농수산가공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 가운데 영세기업 대다수가 외국 바이어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원부자재를 구입하고 3~4개월 뒤 제품을 수출해 잔금을 받는 구조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번 7ㆍ14 조치로 선수금 한도가 수출가의 10% 이하로 묶임에 따라 원부자재 구매비용이나 인건비, 각종 소모비용 등을 지불하지 못하게 돼 경영압박이 커지게 됐다. 칭다오의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지역의 봉제 및 의류 등 노동집약적 사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상당수가 선수금을 받아 임금과 원자재 비용을 마련하는 구조”라며 “이번 핫머니 규제 조치로 인해 공장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몰린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순환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현지 진출 업체들에는 고통이다. 기계부품업체인 B사의 L사장은 “종전에는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품을 선적하고 세관에서 확인해 IC카드에 관련 정보가 떠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따라서 자금인출에 소요되는 기간이 예전보다 10~15일가량 늦어졌다”고 전했다. 가공무역 업체인 C사의 한 관계자는 “선수금을 받아 인건비와 소모품 등 비용을 처리하는데 인출이 불가해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게다가 자금인출 때 수출증명을 첨부해야 하는데 일부 증빙서류의 경우 발급받는 데 1개월 이상 걸리는 것도 있어 그만큼 자금 인출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업체인 P사는 최근 상하이(上海)를 통해 전자부품을 수출했는데 세관통관정보가 20일이나 지난 뒤 나오는 바람에 자금인출에 어려움 겪었다. 7ㆍ14 조치 시행과 관계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가공무역을 하는 한 의류업체는 “제품을 선적한 뒤 관련 정보가 시스템에 입력되고 이를 은행에서 확인하는 데 적어도 3~4일가량 걸린다”면서 “그나마 전체 임가공료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인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도 완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규정이 뒤늦게 발표되면서 기업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7ㆍ14 조치가 예고 없이 단행된 것도 우리 기업들이 충분한 대응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편을 줬다. 7ㆍ14 조치는 7월2일 관련 규정을 발표하고 7월14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고 미처 관련 규정을 파악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은행에 갔다가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상황이 속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신규 정책을 발표하고 곧바로 시행하는 관행이 있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살피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될 ‘연불금 제한’조치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연불금 규모가 전년도 대외지불 총액이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장기공급계약의 경우 외환국에 보고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으나 얼마나 조정이 가능한지는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국외환관리국은 “구체적인 세칙 등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시로 외환관리국 홈페이지 정보를 주시하라”고만 밝히고 있어 우리 업체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진출 업계에서는 중국의 핫머니 규제에 대한 공동의 정보수집 및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식창구 마련을 통해 관련 상황을 중국 정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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