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평화의 시대를 열자]<중>글로벌 무대서 함께 뛴다

[노사평화의 시대를 열자]글로벌 무대서 함께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관련기사 • 달라지는 해외 자동차 노조 ‘노사의 믿음으로, 고객의 사랑으로 한국 경제 발전을 힘차게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지난해 9월10일 현대자동차 임단협 조인식장인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의 내용이다. 10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윤여철 사장은 “연이은 파업으로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최대의 위기상황에서 노사가 합심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노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상욱 당시 민노총 현대차 지부장도 “올해 임단협은 과거의 해묵은 불신을 벗고 노사가 새롭게 신뢰를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사측에 무분규 타결의 공을 돌렸다. 신물이 날 정도로 치열했던 노사 갈등관계는 이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노사 양자의 새로운 관계, 공동의 목표를 향한 ‘2인3각’의 움직임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노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노사 상생 원년(元年)으로 삼아야=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해 노사안정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한데다 협상과정에서 ‘최종 협상안 일괄제시(사측)’, ‘파업유보(노조 측)’ 등 노사 양측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협상 결렬, 쟁의행위 가결 등 긴박한 상황에서도 노사 양측은 협상을 이어가며 과거의 소모적인 대립구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분규를 실현하기 위한 노사의 상생의지가 습관처럼 이어지던 ‘협상-결렬-파업-타결’의 고질적인 협상 패턴을 깼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달라진 (현대차) 노사의 모습은 '파업을 해야만 얻어낼 수 있다'는 과거의 선입견과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줬다”면서 “대화와 협상만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새 지평을 열어가는 출발점=현대차는 10년 만의 무분규를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노사평화 시대’라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무분규만으로는 노사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노사관계 안정이 투자확대와 실적개선으로 이어져 경영성과를 노사가 공유하고 노사관계가 보다 공고해지는 선순환의 구조가 돼야 노사상생의 신문화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1월 성과급 투쟁을 비롯해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라는 정치적 파업을 강행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는 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올해도 산별교섭과 전환배치, 주간 2교대, 라인 조정 등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산적한 게 현실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올 초 시무식에서 글로벌 경영 안정과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면서 노사화합을 빠뜨리지 않고 역설했다는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선진 자동차 메이커를 제치고 주인공으로 우뚝 서려면 노사화합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 속에서 선진국의 고성장 기업 중 대부분은 ‘노사안정이 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인식 아래 노사상생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아프리카 속담을 빗대 현대차 노사가 갈 길을 제시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아래 현대차가 글로벌 톱플레이어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이 2인3각 체제를 구축해 단기적인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비전을 달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또 2인3각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되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사 양측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단기적인 경영성과나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보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근 지적한 현대차 노사의 문제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현대차에는 노사가 고민을 나누는 구조가 없다. 한쪽은 늘 투쟁만 하고 한쪽은 비용 개념으로 보고 상대를 압박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노사 양측이 경영철학이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는 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현대차 노사가 어렵게 마련해낸 상생의 기틀이 앞으로 현대차의 안정적인 성장과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제 소모적인 노사갈등을 넘어서 생산성 향상에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입력시간 : 2008/01/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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