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실리를 빼앗긴 뤄시허

제3보(33~50)

천재형 기사들의 기보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거의 매번 신형이 등장한다. 이 바둑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번도 펼쳐진 일이 없는 낯선 형태로 돌들이 수놓아지고 있다. 서반의 포인트는 어느 편이 돌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휘어잡느냐인데 아기돼지 뤄시허가 바둑황제 조훈현에게 한 발 뒤졌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백34가 문제의 수였다. 흑35의 침입을 허용하여 다소 불만이라는 것이 검토실의 분석. 그 수로는 참고도의 백1로 하나 활용하고서 3으로 실리를 굳혀두는 것이 프로다운 착상이었다. 기세상 흑은 4로 씌워 공격에 나서겠지만 5로 점잖게 보강하면 쉽게 안정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실리를 빼앗기긴 했어도 뤄시허는 역시 강했다. 46에서 50으로 끊어 공중에서 한바탕 싸워보자고 나섰다. 검토실에서는 난투 전문가 서능욱9단이 바둑TV 해설자 양재호9단과 함께 흑의 다음 행마를 놓고 몇 가지 그림을 그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노타임으로 두어가던 조훈현의 손길이 멈춰진 채 오랫동안 뜸을 들였다. 5분쯤 후에 조훈현이 들고나온 행마는 아마추어 초심자처럼 어수룩한 것이었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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